[워싱턴(미국)=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서로 각별한 사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흡사할 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경제와 정책에 관련한 의견을 나눌 만큼 개인적인 친분도 두텁기 때문이다. 나이는 현 부총리가 김 총재보다 세 살 아래다. 둘다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KS라인’으로,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학위 코스를 거쳤다는 점도 같다.
이밖에도 두 사람은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지내고,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장관 특보를 거쳤으며, KDI 원장으로 재직했다는 점도 같다. 경력사항만 본다면 두 사람은 ‘판박이’같은 길을 걸어온, 분신같은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둘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이 터졌다. 현 부총리의 우회적인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김 총재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 시장에선 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동시 출격하는 두 선후배의 만남에 모아졌다.
두 사람은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소문의 진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현 부총리는 “ (김 총재와는) 와이프끼리도 정말 친한 사이”라며 “(미국 출장) 오기 전에도 사석에서 만나 편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총재도 “사적으로 그렇게 자주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서 “친동생보다 (현 부총리를) 더 많이 만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19일(현지시간)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한 장의 사진은 다시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G20 기념 촬영 당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 잡힌 것. 지난해 G20회의에서 김 총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던 것과도 너무 비교됐다.
현 부총리는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과 얘기를 나누다 사진 찍을 때 늦었다”며 “이미 김 총재 옆에 다른 사람이 서 있어서 같이 못 찍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두 경제 수장의 껄끄러워진 관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걷어들이기엔 부족한 설명이다.
다음날인 20일 오전. 기재부는 예고에 없던 보도용 사진을 기자들에게 뿌렸다. 현 부총리와 김 총재가 나란히 서서 담소를 나누는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더 이상 의심하지 마’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사진이라는 게 연출일 수 있지만, 현 부총리와 김 총재가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누가 뭐래도 두 사람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두 개의 기둥이다. 두 사람 사이의 잔금은 한국 경제 균열로 번질 수 있다.
| ▲G20 기념촬영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세번째줄 좌측 첫번째)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두번째줄 우측 첫번째)가 네 칸 떨어져서 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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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가 20일(현지시간) 배포한 사진. 현오석 부총리(좌)와 김중수 한은 총재가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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