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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3시 22분쯤 조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 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 후 조 회장은 바로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5일 오전 10시 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조 회장은 ‘구속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혐의가 계속 추가되고 있는데 회장직을 물러날 의사가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으로 들어섰다.
이후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조 회장은 같은 날 오후 6시 23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정 밖으로 나와 ‘어떻게 소명했느냐’ ‘심경이 어떠냐’ ‘차명 약국 운영을 인정하느냐’ 등의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 회장은 영장실질심사 도중 검찰의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 등 범 한진가 5남매가 2002년 별세한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에게 해외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의 세금 탈루액은 약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조세포털 혐의의 경우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영장 범죄사실에 담지 않았다.
검찰은 또 조 회장에게 수백원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2015년 새정치 민주연합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당시 조 회장이 내야 할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신 내게 한 사실 등을 파악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조 회장의 세 자녀가 2009년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주당 10만원 정도로 취득했다가 2014년 25만원에 되팔았는데 이를 조 회장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과 25일, 31일 총 3차례에 걸쳐 한진빌딩을 비롯해 조 회장 형제들의 자택과 사무실, 대한항공 본사 재무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밖에 조 회장은 차명 약국 운영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약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약사 A씨와 이면계약을 하고 2000년부터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 차명으로 대형약국을 운영했다.
현행법상 약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약사가 면허를 빌려주면 처벌을 받는다. 검찰조사 결과 이 약국은 한진그룹의 부동산관리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보유한 건물에 입주했다. 이 약국이 18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받아간 건강보험료는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약국 운영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