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오랜 친구지만 신의를 저버린 지 오래죠.”(신현준의 전 매니저 김광섭 씨) “신뢰가 비결이죠. 계약서도 표준계약서 수준으로 쓸 정도예요.”(김상경 매니저 국세환 KOOK엔터테인먼트 대표)
| 신현준(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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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경(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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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는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는 때로는 그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의지하며 그 바람에 맞서기도 한다. 갈라서고 소송전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20년 넘도록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가족처럼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김광섭 씨와 국세환 대표의 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가 ‘믿을 신(信)’이다.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
| 손예진(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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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와 배우, 20년 넘은 인연 있었네현재 20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는 대표적인 매니저와 배우로 김민숙(엠에스팀 대표)-손예진, 국세환(KOOK엔터테인먼트 대표)-김상경 커플이 꼽힌다. 이들은 각각 2000년에 만나 20년 넘게 매니저와 배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외에도 올해 인연을 맺은 지 20년차가 된 손석우(BH엔터테인먼트 대표)-이병헌 커플도 있다. 이들 커플은 지난 2013년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산하 특별기구 상벌조정윤리위원회(이하 상벌위)가 오랜 인연을 맺은 매니저와 배우에게 준 ‘베스트커플상’ 수상 이력도 있다.
국세환 대표와 김상경은 지난 2000년 에이스타스라는 대형 매니지먼트사에서 현장 매니저와 배우로 만났다. 두 사람은 신출내기 매니저에서 기획사 대표로, 신인배우에서 대형 주연으로 함께 성장했다. 2010년 국세환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딴 KOOK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온전히 서로 의지하고 있다.
국 대표는 “김상경 배우는 동료이자 선배를 넘어선 관계다”고 말했다. 김상경은 지난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 촬영 때 국 대표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빈소도 차려지지 전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당시 국 대표는 “친형제 다름없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민숙 대표와 손예진의 인연은 연예계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다. 김 대표는 1999년 고등학생인 손예진을 만나 지금껏 함께 했다. 손예진은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의 주연으로 캐스팅돼 당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배우 소유진과 투톱 여주인공을 맡았다. 이후 손예진은 많은 이들이 주목할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탔다. 김민숙 대표는 현재 연예계를 이끌어가는 여성 매니저의 큰 언니격으로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다. 특히 소속배우에 대한 성장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내던지는 열정도 있다. 10대였던 손예진도 20년 넘게 김 대표와 인연을 맺으면서 함께 필드 위에서 골프를 치는 ‘친구’가 됐다.
| 이병헌(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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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우 대표에게 이병헌은 인생 그 자체다. 2000년 현장 매니저로 이병헌을 만난 그는 드라마 ‘올인’ 등 숱한 히트작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후 2006년 손 대표는 이병헌의 이름 영문 이니셜을 딴 B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그와 함께했다. 두 사람은 이병헌이 할리우드 진출할 때 함께 웃었고, 이병헌이 구설에 오를 때는 함께 고민했다. 손 대표와 이병헌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손 대표는 그 힘을 이어 15년 남짓 인연을 맺은 배우 진구를 성장시켰고, 현재 유지태 한지민 한효주 등 주연급 스타를 10인 넘게 보유한 거대 기획사를 이끌고 있다.
가까울 때는 가족…멀어질 때는 남남매니저와 배우. 하루 24시간 붙어 있을 정도여서 가족보다 서로 장단점을 안다는 말도 한다. 가끔 결별할 때 서로간 흠집을 내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 가깝고도 먼 사이다.
최근 배우 신현준의 곁을 오래 지켰던 매니저 김광섭 씨가 “갑질을 당했다”는 요지의 주장을 내놓아 관심을 받았다. 신현준와 김 씨는 서로 희로애락을 같이 한 동료였고 친구였지만 결국 소송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서먹해졌다.
최근 불거진 매니저와 배우의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결국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매니저 근무환경 실태 전수조사를 거쳐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매협은 지난 22일 “연예인과 매니저의 연이은 마찰과 폭로 혹은 호소 주장을 펼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대책 해결을 위해 방안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향후 관계 기관과 협조를 통해 회원뿐 아니라 모든 연예계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점차 진행하겠다고 했다. 손성민 연매협 회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매니저의 처우 개선 대책 마련과 더불어 연예기획사와 매니저간의 합리적이고 체계화된 근로 계약 규정을 만들 계획이다”면서 “매니저와 배우의 관계를 대중문화계에서 일하는 이들이 인정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규정하는 틀을 만들고 기왕이면 이를 명문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