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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평사 3사는 잇달아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체 현금창출력 저하와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로 인한 재무부담이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악화에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속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순차입금 규모도 지난 3월 말 기준 3조3000억원으로 2021년 말과 비교했을 때 4조원 이상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전체 매출액의 34%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신평사들은 핵심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들도 신용등급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쇼핑(023530), 롯데웰푸드(280360), 롯데칠성(005300)음료 등의 신용등급을 가중평균해 롯데그룹의 계열통합 신용도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 자금조달 위해 사모채 선회
특히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등 일부 계열사는 비우량 등급인 A급으로 내려와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 A급부터 회사채 시장에서 비우량채로 분류돼 공모채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고,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해야 해 이자 부담도 커진다.
롯데건설, 롯데하이마트(071840)는 등급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아 신용등급 하락 위기를 맞았다. 롯데물산, 롯데오토리스,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등 스플릿(신용평가사 간 등급 불일치)이 발생한 곳도 늘어났다. 스플릿이 발생하면 조달 금리와 베팅 금리를 산정하기가 어려워져 공모 회사채 발행 시 낮은 등급의 민간채권평가사(민평) 금리를 기준으로 채권 가격을 책정해 악재로 여겨진다.
높아지는 신용도 리스크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신용등급별로 자금조달 방법을 차별화하고 있다. 공모채 시장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은 사모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우수한 시장지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유사시 계열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에 공모채 시장에 도전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4일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금액의 4배가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총 2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87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반면 ‘부정적’ 꼬리표가 생긴 롯데건설은 사모채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다. 지난 6월 29일 2년물 사모채 950억원어치를 연 6.7%에 발행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코리아세븐도 지난 6월 23일 3년물 사모채 900억원어치를 연 6.3%에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