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현대트랜시스 노조, '미래' 내다볼 때[기자수첩]

  • 등록 2024-11-11 오전 5:30:00

    수정 2024-11-11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장장 한 달여를 끌어온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이 마무리됐다. 노조가 11일부터 생산 현장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성과 보상을 내걸고 시작한 파업이지만 회사 구성원뿐만 아니라 중소 부품 생태계와 완성차 산업까지 황폐화하는 결과만 남았다. 전 세계 완성차 산업이 불확실성에 신음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제 살 깎아 먹기’라는 불명예만 안았다.

먼저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기아는 가슴을 쓸어안았다. 현대차 핵심 공장인 울산공장이 사흘간 가동을 멈췄고, 기아 역시 광주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비운 채 운영하는 ‘공피치’를 수일간 운영하며 일 생산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 그나마 자체 변속기 생산 라인을 풀가동해 일부 차종에 공급할 물량을 맞췄다고 한다.

중소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도 타격을 입혔다.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납품하는 1~3차 협력사의 생계가 당장 위협받으면서 이들은 지난 6일 거리로 나와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로 인한 파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협력사에 전가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회사 구성원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이번 파업으로 직원 1인당 임금 손실액은 600만원 안팎일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트랜시스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차 노조 일각에선 현대트랜시스 미래 먹거리이던 차세대 하이브리드 변속기 ‘TMED-2’ 물량을 나눠 가지자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물량이 늘어나는 지금, 언제 부품 공급 불안에 시달릴지 모른다며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여전히 매출액(약 11조7000억원)의 2%에 해당하는 성과급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작년 영업이익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완성차 격변기에 접어든 지금, 당장의 보상보단 미래를 준비하는 ‘기초 체력 다지기’의 태도가 필요하다. 생산 현장으로 돌아온 트랜시스 노조의 미래지향적 태도를 기대해 본다.

현대트랜시스 충남 서산 지곡공장 전경. (사진=현대트랜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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