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이정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쏘아 올린 ‘달러 강세’가 우리 외환시장에 직격타를 날렸다. 미 대통령 선거 전부터 ‘트럼프 랠리’를 보이며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1300원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단숨에 내달린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파죽지세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선을 뚫었다. 7개월 만이다. 이후로도 1410원까지 연고점을 올리면서 과거 미 금리인상기를 연상케 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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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새벽 2시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99.5원에 최종호가됐다. 환율은 지난 14일 장중 1411.1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가는 물론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날 달러인덱스 역시 107을 넘으면서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정규장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지난 12~14일 사흘간 1400원대에서 거래를 마감하면서 트럼프 2기를 맞아 ‘1달러=1400원’이 ‘뉴노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트럼프 2기 내각 주요 인선이 공개되면서 감세, 고관세, 이민자 추방 등 후보자 시절 주요 공약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분간 미국은 차별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수출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환율 수준을 의식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적시에 못할 경우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까지 다시 제악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우리나라를 1년 5개월 만에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점도 추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미 재무부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를 지정 이유로 꼽았는데, 트럼프 2기를 앞둔 현 상황에선 압박감이 다르다. ‘한국은 돈 버는 기계’라고 주목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빌미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관세율 인상 등에 나설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통상 압박이 추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1400원대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닥쳤을 때나 2022년 미국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킹달러’를 기록했던 시기의 수준이다. 직전에 1400원대를 기록했던 올해 4월 환율 상승의 원인이 원화 약세였다면 이번엔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위로 향하려는 힘이 한층 강하다. 단기적으로 150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외환 당국도 크게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1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당일 시장은 하락 출발 후 이내 반등해 1410원선을 위협하는 등 안정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 미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되면서 달러가 강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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