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심야 택시전쟁터에서 카카오택시앱마저 ‘먹통’이다. 100대를 배차해 운행중인 카카오블랙 또한 비싼 운임에도 불구 대기수요가 넘쳐난다. 밤새 ‘호출에 응하는 택시가 없습니다’라는 답신에 승객들은 속이 타지만 심야 택시 공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어서 뽀족한 대책이 없다. 고령 택시기사들이 야간운행을 기피해 자정을 전후한 심야시간에 운행하는 택시는 평소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친다. 서울시는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 ‘해피존’ 운영이나 ‘개인택시 심야 교대시간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지만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백발기사님 심야운행 외면탓
심야 택시 승차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택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택시’ 운행률이 자정 이후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현재 운행 중인 택시 대수는 총 7만 2000여대로 이 중 약 5만대가 개인택시다. 부제 운행 등을 고려할 때 심야시간에 약 3만 4000대의 개인택시가 운행돼야 하지만 실제 운행대수는 1만 7000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0시~오전 2시 개인택시 4만 9377대의 운행률을 분석한 결과 월 20일 근무일수 중 이 시간대에 하루도 운행하지 않은 차량이 1만 5261대(30.9%)였고, 5일 이하 5199대(10.5%), 5~10일 5192대(10.5%) 등이었다. 개인택시 절반이 10일 정도는 해당 시간대에 운행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전체 법인택시 2만 2000대 중 심야에 운행하는 택시는 1만 8000대나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택시 중 40%가 자정이 되기 전에 운행을 중단해 심야 택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개인택시 심야 운행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이 극심해 추진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는 올해 초 월 6회 이상 의무적으로 심야에 운행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개인택시 운전기사의 92%가 의무 운행에 반대하는 등 개인택시업계가 강력반발하고 있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택시 공급부족에 ‘백약이 무효’
시는 최근 강남역 일대를 대상으로 금요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지정된 6개 승차소에서만 택시를 탈 수 있는 ‘해피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우는 기사에게는 개인택시조합에서 1회에 3000원씩을 추가로 지급한다. 택시난 해소를 위한 고육책이지면 효과는 미미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역 해피존에선 시행 전과 비교해 택시가 하루평균 400~500대 가량 늘긴 했는데 아직 공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해피존을 종종 이용한다는 직장인 이지은(32·여)씨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날에는 택시가 거의 없다”며 “택시 공급을 더 늘리거나 심야 버스를 대폭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 심야 택시난이 극심한 연말을 맞아 오는 31일까지 휴무 다음날 근무조는 기존 04시에서 자정으로 근무시간을 앞당기고, 기존 근무조의 운영시간은 기존 04시로 유지해 자정~4시 사이 약 1만 7000대가 더 거리로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2~24일 3일간 0~오전 4시에 추가로 운행한 개인택시는 하루 평균 1434대에 그쳤다. 기대 이하의 결과인데다 이마저 한시적 대책이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개인택시업계 측은 “개인택시기사 평균연령이 60세이고 심야 운행이 힘들기 때문에 강제로 지시할 부분이 아니다”며 “할증요금 적용 시간을 앞당기는 등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