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남편 8일간 베란다 감금·폭행해 살인…징역 25년 확정

사실혼 관계 지적장애 남편 외도 의심해 강철봉으로 폭행
영하 날씨에 팬티만 착용하게 한 상태로 8일간 베란다 감금
전신 둔력 손상 입은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
2심서 심신미약 주장했으나 기각…대법, 징역 25년 확정
  • 등록 2023-04-28 오전 6:00:00

    수정 2023-04-30 오후 3:57:12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사실혼 관계인 지적장애 3급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며 한겨울에 8일간 베란다에 감금한 뒤 강철봉으로 폭행해 살인하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한 달 넘게 방치한 30대 아내에게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5월 말경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 B씨(남, 30세)와 중고물품 거래를 하면서 알게 돼 2021년 6월경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A씨는 2021년 6월 중순경부터 B씨가 살던 청주시 흥덕구에서 동거를 시작해 B씨의 아이를 임신(공소제기시 약 24주)하는 등 사실혼 관계를 지속했다.

A씨는 B씨가 외도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궁하고 B씨가 외도 사실이 없음을 밝혔음에도 믿지 않고 동거하던 주거지 내에 감시를 위한 ‘홈 CCTV‘를 설치했다. 이후에도 A씨는 계속해 B씨에게 외도 사실 등을 추궁했으나 B씨가 이를 부인하자 ‘지적장애인에 불과한 B씨가 자신을 임신시켰음에도 외도하고, 사사건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B씨에 대한 불신과 강한 분노를 품었다.

A씨는 B씨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2022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B씨를 팬티만 착용하게 한 상태로 수일간 난방이 되지 않는 베란다에 감금한 후 음식과 물을 주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하면서 ‘티타늄 강철제 삼단봉’(무게 600g)으로 B씨의 머리와 온몸을 수회 때렸다.

B씨가 “머리가 아프고 배고파”, “미안해”, “그만해”라고 하며 몸 상태 이상과 고통을 호소하며 폭력을 중단해 줄 것을 애원했음에도 A씨는 B씨의 얼굴에 검정색 비닐봉투를 씌워 호흡하지 못하게 한 채 주먹으로 얼굴을 수회 때렸다. 또 B씨에게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운 상태로 베란다에 앉게 한 후 쇠약해진 B씨가 허리를 굽히면 그때마다 삼단봉으로 B씨의 온몸을 때렸다.

8일간 베란다에서 팬티만 착용한 채 폭행을 당한 B씨는 전신에 둔력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저체온증(당시 최저기온 영하 0.2도~영하 8도)으로 사망했다. A씨는 베란다 구석에 쓰러져 사망해 있는 B씨의 사체를 옷가지로 덮어 보이지 않도록 한 후 2022년 3월 13일 경찰에 의해 사체가 발견될 때까지 사체가 부패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그대로 방치해 사체를 유기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체를 장소적으로 이전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방치한 것을 두고 ‘유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이 경찰에 자수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체 유기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B씨와 장기간 동거하면서 피해자 아이를 임신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와 B씨는 사실상 부부관계를 영위하며 지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A씨는 적어도 조리상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장제 또는 감호할 의무가 있다. B씨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사체를 베란다에 방치해 사체유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 “A씨 스스로 경찰에 출석해 범행을 자수하기는 했으나, 범행을 저지른 뒤 한 달이나 지난 시점”이라며 “A씨 진술에 의하더라도 사체를 유기하고 범행 현장을 떠난 뒤 언니로부터 자수를 권유받아 마음을 돌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사체유기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A씨는 B씨 사망 후 마치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것처럼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B씨의 지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해자 명의로 월세를 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도 했다”며 “A씨의 범행 과정과 범행 이후에 드러난 피고인의 행동을 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죄의식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는 형의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징역 25년을 유지했다. 특히 A씨는 “임신한 몸으로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고 잠을 자지 못하는 등 불면증, 우울증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며 “범행 당시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당심 법정에서 ‘장기간 다이어트 약을 먹어 잠을 못 자고 환청이 들리기도 했으며 예민해졌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A씨가 최초 경찰에 자수한 이래 원심 법정에까지 위와 같은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B씨가 거짓말을 자꾸 해서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를 때리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점에 비추어 당심 법정에서의 심신미약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1심에서는 사체유기 범행을 부인했고, 당심에서는 살인의 고의를 다투면서 사건 당시 임신 상태에서 다이어트 약을 먹고 불면증 등을 겪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까지 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고의,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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