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美·中 사이 낀 韓 '경제 몸집' 키워라

  • 등록 2023-05-29 오전 6:30:00

    수정 2023-05-29 오전 6:30:00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 최근 미국이 한국, 대만, 일본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구축과 중국 견제를 위한 ‘칩4 동맹’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21일 중국이 네트워크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미국 마이크론사의 반도체 구매를 금지하면서,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전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자국 시장에서의 마이크론 물량 공백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통해 대체하겠다는 중국과 ‘칩4 동맹’ 간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놓였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
비단 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복 관세를 시작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장기화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입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1.9%, 13.5%로 1, 2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이지만, 선뜻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버리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겪으며, 글로벌 교역질서가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특히 가치동맹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칩4 동맹 등을 내세우며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결속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자유무역 질서의 복원을 위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국 등 이른바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반대 진영 국가들과도 기능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전략의 핵심이다.

이는 결국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첨단산업의 원천·핵심기술을 확보하고,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것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첨단산업 패권전쟁의 국면 속에서 반대 진영의 국가들조차 우리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동력은 결국 기술과 국가경제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며, 미국과 중국 양쪽에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슈퍼을(乙)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ASML이야 말로 우리가 벤치마킹할 대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해 막을 내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의 진양철 회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안터질라카면, 우째 해야 하노?”라며 질문을 던진다. 이에 손자 진도준은 “새우의 몸집을 키우면 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고래의 싸움에 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결국 한국 경제의 몸집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