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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기술 정책의 배경에는 미·중 간 기술 패권 전쟁이 있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반도체법(The Chips and Science Act)’을 통과시켰다.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지을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금지된다. 게다가 미 상원이 최근 중국 반도체 등 첨단기술 투자 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국가수권법(NDAA)를 통과시키면서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재를 ‘제1의 자원’으로 내세우는 과학정책을 펴고 있다. 해외 유명 이공계 석학을 중국으로 유치하려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첨단기술·지식을 흡수하겠다며 세계적 학자 1000명을 지원해온 프로젝트로 중국으로 인재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10조엔(한화 약 91조9070억원) 규모의 대학펀드를 조성했다. 이는 2021년 세계 200대 대학 중 일본 대학이 단 2개에 그치고 자연과학 분야 논문 피인용지수가 사상 최저인 10위로 추락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연간 4.38%(약 4300억엔)의 운영 수익을 목표로 해당 펀드를 운영하고 이를 대학 연구 지원에 투자,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 대학 정원은 총정원(11만7145명)에 묶여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대학의 반발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포기하고 총 정원 내에서만 대학 정원 증원을 허용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우리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과감히 규제를 풀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규제완화를 포함해 중국처럼 국가 주도의 인재 양성 방안이나 일본처럼 과감히 재정 투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