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단지에 커튼월룩(Curtainwall look)을 입히는 설계를 포기했다. 커튼월룩은 강철로 골조를 세우고 유리로 외벽을 세우는 공법이다. 주로 고층 빌딩과 고급 아파트 외관에 적용되는 기법이라서 고급화의 상징으로 꼽히지만 비용이 문제다. 조합은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하다가 커튼월룩을 포기한 것이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홍제3구역은 시공사는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898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2020년 계약 당시 공사비(3.3㎡당 512만원)로 더는 사업 추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합은 공사비를 올리는 대신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선택하고 커튼월룩과 더불어 단지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취소했다.
홍제3구역 사례는 공사비 갈등을 풀어갈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서울 시내 복수의 재건축조합에서 고급화 설계를 변경하고, 조경·조형물 설치를 포기하는 식으로 공사비를 낮추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과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은 최근 고급 마감재를 포기하는 선에서 공사비 증액에 따른 부담을 덜어냈다.
이를 두고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공사비를 절대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면, 상대적인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해법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비사업 조합으로서는 단지 고급화에 필요한 비용에서, 시공사로서는 특화 설계에 필요한 비용에서 각각 어느 부분을 줄일지 검토해 ‘공사비 슬림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서는 현재 늘어나는 부담과 미래에 기대되는 가치를 비교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사업 주체인 조합원으로서는 정비사업이 마무리하고서 시장에서 받게 될 주택의 프리미엄이 당장 늘어나 보이는 분담금을 넘어선다는 점을 변수로 의사결정을 할 여지가 있다”며 “제도적으로는 용적률 상향이나 기부채납 감소 등과 같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은 변수다. 급등한 공사비를 무릅쓰고서라도 정비사업을 진행하려면, 당장 손해를 입더라도 앞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해서 이를 만회하리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준 서울특별시건축사회장은 “주택가격이 상승하리라는 기대를 뒷받침할 시장의 움직임이나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사비 갈등에 대한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공사비 변수를 사전에 통제하고 관리해 사후 변동 여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창식 대한건축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시공사로서는 자재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변동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 공사비 오차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조합으로서는 공사비 지침과 내역을 구체화해 데이터베이스로 쌓아서 후발 주자가 참고해 공사비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도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현창용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급 면적과 세대를 기준으로 해서 이른바 ‘엑셀 설계’로 추출하는 지금의 공사비 책정 구조는 ‘공사비 예측’에 가깝고, 예측치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계속 수정될 수밖에 없어서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지형 구조나 위치, 공사 기간 등 공사 현장마다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 예측치를 정교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