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역대급 비호감’이라 불리는 이번 대선에서는 다른 후보가 싫어서 선호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눈에 띄는 지점이다. 이런 ‘반대의 정치’는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더 힘을 얻고 있다. 민심의 방향키가 ‘정권 심판론’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표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에서 선호 후보를 결정한 응답자에게 ‘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선택한 가장 큰 이유’를 조사한 결과, ‘국가경영능력’을 꼽은 비율이 32.2%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다른 후보가 싫어서’라는 이유도 29.6%로 2.6%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이어 ‘후보 인품·성품’(17.4%), ‘소속 정당’(9.4%), ‘공약’(7.2%), ‘경력’(1.7%), ‘출신 지역’(0.7%) 순으로 집계됐다.
유권자의 이념 성향에 따라 결과는 엇갈렸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경우는 국가경영능력을 가장 중요시하는 비율이 56.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른 후보가 싫다는 이유는 14.5%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국가경영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른 보수 성향 응답자는 14.6%에 그친다. 인품·성품(21.5%), 소속정당(19.5%)보다도 낮은 비중이다. ‘다른 후보가 싫어서’를 답한 비율은 37.7%로 1순위였다.
양 진영에 모두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가 있는 대선은 중도층의 후보 지지 이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진보보다는 보수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중도 성향 유권자는 ‘다른 후보가 싫어서’(35.5%), ‘통치능력’(26.9%), ‘인품·성품’(19.2%) 순으로 응답했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유권자는 62.9%가 국가경영능력 때문에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답해 이념 성향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는 보수·중도 유권자 선호도와 비슷한 응답율이었다. 39.1%가 ‘다른 후보가 싫어서’를 선택했고, 후보의 인품·성품을 본다는 비율이 25.8%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피엠아이 퍼블릭(PMI Public)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3명(응답률 73.4%)을 상대로 지난 8~10일 간 사흘에 걸쳐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설문 대상은 피엠아이 퍼블릭 자체 구축 패널 가운데 지역,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 표집되었고 온라인 조사로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