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에서 주주가치 제고로…행동주의 펀드 봄 맞나

주주제안 30개사 중 4개사 가결
SK케미칼·토비스 등 주주환원 정책
"소수 주주 관심, 韓저평가 해결책"
  • 등록 2022-04-11 오전 6:31:00

    수정 2022-04-11 오전 6:31:0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주주총회 풍경도 바뀌고 있다. 과거 주주 제안은 배당 등 이득 확대를 취지로 하는 정관 변경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이사회 개선 등 지배구조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추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강화와 스튜어드십 코드 자리매김 등 주주권 제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일부 안건은 소액 주주의 지지를 얻어 주주환원책 제시라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 주주총회소집공고를 공시한 12월 결산 상장사 중 주주 제안을 상정한 30개사(82건) 중 4개사(4건)에서 가결이 나왔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주주 제안 기업은 1개사, 안건은 45건 줄어들었다. 가결 안건도 지난해 건수 기준 6.3%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4.8%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이변’도 벌어졌다. 지난 31일 에스엠(041510)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내세운 곽준호 전 SK넥실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감사, 지난달 24일 사조오양(006090) 주주총회에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둘 다 사안에 공감하는 소액 주주의 적극적 의결권 위임이 가결로 이어졌다. 양 행동주의 펀드들은 공통적으로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경영진과 지배주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결됐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토비스(051360)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차파트너스운용의 주주제안은 부결됐지만, 토비스는 주총에 앞서 △향후 3년 동안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최대 30%를 주주 환원 재원 활용 △22억원 규모 자사주 30만주 소각 결정 △370억원 규모 신규시설 투자 계획 등을 공시했다.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물적분할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기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은 SK케미칼(285130) 또한 안다자산운용과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의 공개 주주서한에 자사주 매입, 배당성향 강화, 중간배당 추진 등 주주 친화 정책으로 반응했다. VIP자산운용이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 공시하는 등 아세아(002030)아세아시멘트(183190)에 주주 가치 제고를 요구하자 자사주 매입, 주식 분할 등을 내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3%룰’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기업 가치는 실적을 따라가지만, 그걸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주주가 가진 의결권에 기초한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수 주주의 관심도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다만 재계에선 3%룰로 인해 지배주주의 경영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3년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 같은 사례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지분 경쟁 등으로 주가를 부양시킨 후 단기 차익을 낼 수 있다는 ‘먹튀’ 우려도 제기한다. 2004년 에르메스와 삼성물산(028260), 2006년 칼 아이칸과 KT&G, 2019년 엘리엇과 삼성·현대차 등이 이런 이유로 한때 논란의 대상이 됐다.

물론 모든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의 동의를 얻는 건 아니다. 지난 2018년 한진칼(180640)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강성부 펀드)는 이번에도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결국 4년 만에 보유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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