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분야인 바이오 창업은 이런 양면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십여년에 걸쳐 조단위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은 창업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수많은 바이오 기업 창업자가 이 계곡을 넘어서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지금도 떨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접한 경영 실패 사례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바이오기업 창업자 스스로가 화를 자초한 경우도 흔하다. 주로 바이오 분야 전문가인 창업자들은 사업 초기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무리 없이 경영을 해나간다. 창업 초기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과 초기 임상 진행 등이 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인 만큼 바이오 전문가 출신 창업자가 최고경영자 역할을 맡는 게 효과적이다.
바이오기업 창업자가 사업의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려면 무엇보다 2선으로 물러날 때가 언제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이 임상 2, 3상에 진입하면서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해지고, 기술 수출이 가시화되거나, 글로벌시장 진출이 임박했을 때 등이 바이오 전문 창업자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미국, 유럽의 바이오 벤처기업 창업자는 기업이 커지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가 필요해지면 대개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 연구소장이나 연구개발(R&D) 총괄 등의 역할을 맡아 후방지원역을 자임한다. 바이오 전문가로서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경영은 경영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한국에서 창업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지난한 환경에서 바이오 기업을 세운 용기를 보여준 창업자일지라도 물러설 때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 몰락을 이끈다면 그것은 ‘필부의 용기(匹夫之勇)’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