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과 관련, 의사협회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 여론과 정치권은 의대 증원을 적극 지지하고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한 일간 신문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1. 1%가 정원 확대에 찬성했고 반대는 18.4%에 그쳤다. 정부의 주요 정책마다 엇박자를 냈던 더불어민주당이 “좋은 정책”이라고 화답한 데 이어 전남 지역 의원들은 의대 설립을 촉구하며 단체로 삭발하기도 했다. 의대 증원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진영과 지역을 초월해 찬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의협의 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1000명당 활동 의사의 연평균 증가율은 2010~2020년 2.84%로 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것이 협회 주장이다. 필수 의료 인프라의 붕괴는 비정상적인 의료수가를 바로잡는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의료 사고 등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할 장치를 해결하지 않고 증원부터 말하는 것은 해법이 못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장의 현실은 절박하고 고통스럽다. 원정진료, 오픈런 때문에 산모와 청소년 환자의 부모들이 몇 시간씩 고생을 했다는 얘기는 낯설지도 않다. 의사들의 서울과 수도권 쏠림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방에서는 “의사 찾아 삼만리”라는 웃지 못할 표현까지 등장했다. 서울은 1000명당 의사 수가 3.47명이지만 충북과 경북 등 지방 시·도 11곳은 2명도 안 된다. 이런 면에서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확대해도 늦는다”고 밝힌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의 말은 솔직하다. 이대로 가면 지방 의료 시스템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질 것이라는 직격탄이다.
의료선진국 한국에서 “의사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일상화되고 중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다 구급차에서 숨지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의사 양성에 10년이 걸리는 만큼 정원 확대는 미룰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의협은 대화와 타협으로 윈-윈 방안 찾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이들의 의무이자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