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정부가 상장·공모제도를 뜯어고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편을 통해 IPO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조성제도를 10년 만에 부활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상장·공모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테슬라 요건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적자 상태라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특례 상장 부문에서도 기술기업 특례 외에 주관사가 추천하는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을 새로 도입했다.
객관적인 지표가 부실한 기업을 상장하는 데 따른 투자자 부담은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통해 상장 주관사에 일부 넘기기로 했다. 이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사실상 다시 도입한 셈이다. 시장조성자제도란 새롭게 상장된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의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상장 주관사가 주식을 의무적으로 사 주가를 띄우도록 한 것을 말한다. 증권사들의 공모가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묻지마 청약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 2007년에 제도를 없앴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는 상장주관사가 △성장성 특례상장 추천(풋백옵션 6개월) △적자 기업 일반상장 주선(3개월) △완화된 수요예측 또는 단일가격 방식의공모가 산정 (1개월) 등 공모에 참여한 일반 청약자에게 1~6개월간 공모가의 90%를 보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투자자들의 부담을 주관사가 일정부분 떠안는 만큼 시장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면 상장 주관사나 회사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공모 규모를 줄이며 경직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는 1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엔디포스와 오는 21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두산밥캣이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산밥캣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두산밥캣은 총 공모규모가 2조원을 넘는 등 올해 하반기 IPO시장 ‘빅 3’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편이 올해 4분기부터 적용되는 만큼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