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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유럽은 역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충하고 유럽의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제고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EU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려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EU는 내달 1일 EU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해당 합의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이를 넘어갈 경우 내년 상반기께 유럽 의회를 거쳐 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까지 반도체 패권 다툼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선택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며 생산 거점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나선 상황에서 중국이 뒤처지는 가운데 유럽까지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독일 기업인 인피니언도 독일 드레스덴에 50억유로(약 7조원)를 투입해 새 300㎜ 반도체 공장을 짓겠단 계획을 밝혔다. 현재 총 생산량의 15%가량을 대만에서 생산 중인 만큼 본격적인 반도체 자립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특히 인피니언은 ‘적절한 공적 자금’을 지원받겠다며 정부의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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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짓기에는 물과 전기 등 인프라 문제가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생산 비용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가격 경쟁력을 쉽게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재 풀 역시 기존 거점과 비교해 미비하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반도체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R&D) 시설이 함께 위치하곤 하는데 유럽의 경우 반도체 인재 수가 적다는 문제가 있다”며 “공장을 크게 지어도 일할 사람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럽에 투자보다는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이 제시됐다. 유럽에 네덜란드 ASML 등 앞선 장비기술과 자동차용 반도체라는 새 먹거리 수요가 포진해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유럽은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고 반도체 장비 산업도 발달해 있다”며 “산업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투자보다는 연대와 협력을 중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