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韓 국제공동연구를 위한 선택과 집중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 겸 산업처장
  • 등록 2023-11-20 오전 6:25:00

    수정 2023-11-20 오전 6:25:00

한국은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협력과 연구가 필수적이다. 미국과 중국(G2)의 기술패권전쟁 등 여러가지 어려운 점은 있으나 국제공동연구의 중요성은 인구소멸, 지방소멸과 맞물려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의 키(Key)는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 등 대규모 성과로 이어지도록 학계와 글로벌 대기업군을 연계하는 것이고, 이건 비단 한국의 글로벌 기업군 뿐만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기업군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를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전체 인구 564만명의 63%인 355만명이 자국민이고, 28%에 달하는 인구는 싱가포르의 경제, 과학, 기술을 담당하는 외국 인재들이다. 이는 국제협력의 발판을 통해 이뤄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SMART’라는 프로그램은 싱가포르 정부와 MIT가 연합하여 5년 간 3000억원 넘게 지원하는 연구개발 프로그램이다. 중요한 점은 모든 공동연구의 예산을 싱가포르 안에서 쓰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싱가포르 국적기와 호텔을 이용하게 하고 싱가포르 학생들을 박사 또는 박사 후 과정으로 교육시키는 계획을 짜서 싱가포르 과학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한 때 우스개 소리로 MIT의 20%가 넘는 교수들이 싱가포르에서 일을 한다고 할 정도로 활발한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MIT 뿐만아니라 미국, 영국, 이스라엘, 독일 등 각 국의 유수한 대학의 인재들을 대거 초청해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의 R&D 예산 규모 자체가 한국에 비해 높지 않음에도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 총리실 산하 연구재단에서는 이러한 펀딩 플랜(Funding plan)을 산업에도 적용한다. 한마디로 기술개발이 산업을 지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인구가 모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국 상황은 어떤가? 정부 글로벌 R&D 예산이 2015년 3589억원에서 2024년 1조 8000억원(정부안)으로 크게 증가할 예정이나 국가연구개발 예산 중 외국재원 비중, 글로벌 R&D 비중 등은 절대적 규모가 높지 않은 편이며 최근에는 감소세에 있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계획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 방향이지만 조금 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기정통부의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1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는데, 한-미 우수 연구자 간 실질적 공동연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다 충분한 예산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주도로 외국에 협력거점을 만든다면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며,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외국에 협력거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 인재들이 한국에서 연구할 수 있는 운동장(플레이그라운드)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제공동연구의 모습이 아닐까? 이제는 국제공동연구도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관리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나서서 이 분야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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