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정부가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인 다케다약품공업(다케다)과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기업과 방식이 나온 것이다. 다케다가 선택한 국내 바이오텍은 종양학 전문 기업과 인공지능(AI) 기반 신경과학 기업 각각 한 곳, 총 두 곳이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과 다케다는 국내 유망 바이오텍인 뉴로그린(AI 기반 신경 질환 진단)과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표적단백질 신약)를 엑셀러레이션 협력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다케다로부터 1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고 멘토링 지원을 받는다. 금액적인 지원과 협력이 선행되면 다케다는 향후 해당 바이오텍이 성장한 후 파이프라인 협상우선권 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엑셀러레이션 외에도 향후 다케다 쇼난아이파크인스티튜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개발 방식)에 참여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쇼난 아이파크는 매출 기준 세계 10위권인 일본 다케다가 사내 연구센터를 대학, 외부 기업 등에 개방해 만든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이다. 2022년 연결 기준 다케다의 매출액은 37조 3756억원에 달한다. 그간 다케다는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한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키운 바 있다.
한국 정부, 일본 방문해 제약바이오 협력 논의...오픈이노베이션 더 늘어난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과의 공동 연구는 있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서 바이오 기업간 협력을 유도한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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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신약 후보 물질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지만 대규모 자금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임상 시험 등 본격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빅파마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즉 임상 3상까지 많게는 조 단위가 드는 임상을 감당할 회사가 드문 것이다.
이 때문에 다케다제약이 조성한 바이오 클러스터 내에서 국내 기업들이 임상을 하고 일본 다국적 제약사와도 협업할 수 있게 되면서 양국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바이오벤처나 스타트업에 강점이 있고, 일본은 글로벌 빅파마를 보유하고 있어 두 나라 기업이 협력한다면 첨단 바이오 신기술 개발 및 글로벌화 촉진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케다, 뉴로그린·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선택한 까닭은
이번에 다케다의 선택을 받은 뉴로그린은 뇌 영상, 뇌파 및 딥러닝 기반 뇌신경질환 진단·치료 기술 선도기업이다. 딥러닝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환자의 뇌 상태를 판독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딥러닝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등록 1건 및 미국 특허출원 1건을 포함, 그외 국내 특허출원 4건, PCT 2건을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는 차세대 ‘바이오프로탁’ 기술로 표적단백질 분해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이 회사는 특정 단백질에 결합이 어려운 기존 프로탁의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항체 단백질 조작기술을 접목한 이피디바이오의 ‘EPDeg’ 바이오프로탁 기술은 항암신약 개발의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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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과 일본 정부가 협력 강화를 추진하며 향후 업무협약(MOU) 형태를 넘어 컨소시엄을 꾸리는 등 보다 강화된 협력 체계가 구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국제 표준화를 한국이 주도하면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제 표준 채택과 이후 기술 탈취 방지까지 원스톱으로 업계의 성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한일 공조로 국내 기업에 시너지가 발생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특허를 먼저 획득하고 있는 기술일 것”이라며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바이오시밀러나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도 국익을 챙길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