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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융계좌 보유자 가운데 잔액이 10억원이 넘는 사람은 이를 신고해야 하나, A씨는 2016년 2월 기준 약 220억원에 달하는 스위스 소재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세무당국은 A씨에게 20억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25억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내자금을 해외로 불법 유출했더나 의도적으로 잔액을 숨기려고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도 “개정된 국제조세조정법이 2019년 시행되면서 벌금형의 하한을 신설했다. 이 사건 범행 이후 개정돼 적용되진 않지만 개정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이유로 벌금형을 받게 되면, 피고인은 위 과태료 부과결정에 따른 과태료 20억 원 납부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위와 같은 사정들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벌금형 액수 결정 이유를 밝혔다. A씨가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는다면 당국이 부과한 20억원 과태료를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벌금형이 필요하단 취지다.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의2 제3항은 ‘신고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A씨의 사건은 2022년 7월 1일에 5년 공소시효가 도과했는데, 공소는 그해 8월에 제기됐다. 이 때문에 A씨가 해외에 체류했던 기간을 공소시효 도래 기간에 포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2심 재판부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피고인이 국외에서 체류한 유일한 목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가지는 여러 국외 체류 목적 중에 포함돼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봤다. 다만 A씨가 32억원에 달하는 종합소득세는 성실하게 납부해 조세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12억5000만원으로 벌금을 낮췄다.
대법원도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일 필요는 없으며, 여러 목적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으면 충분하다”며 “피고인이 세무조사와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통해 위반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곧바로 귀국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