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이 “한국이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 곳은 “신용 등급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하진 않지만 투자·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도의 혼란에 빠진 한국의 정치 상황이 경제, 안보는 물론 대외 이미지 전반에 안길 충격이 결코 만만치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외자 유치가 어렵고, 들어와 있던 자금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파장이 확대되면서 또 다른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외환 위기 때인 1997년 투기 등급까지 추락했던 한국의 신용 등급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까지 최장 18년(S&P) 걸렸다.
한 일간 신문의 질문에 대한 이들 3사의 답변은 한국의 현재 곤경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신용 등급 하락을 경고한 2사는 정치적 분열이 정책의 효율성과 경제 성과를 갉아먹을 것을 우려했다. 또한 정치적 갈등으로 경제 활동이 장기적으로 혼란에 빠지거나 소비자와 기업으로부터의 신뢰가 깨지면 신용 등급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한국 입법부는 정책 사안을 다룰 능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적 갈등과 이념 대립에서 비롯된 혼란이 한국에 안기는 국가적 손실을 경고한 곳은 이들만이 아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타협하지 않는 정치 문화가 한국이 직면한 문제의 뿌리”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타협 없이는 정부가 경제 정책과 제도 개편 등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지목한 것이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지난해 국무조정실 의뢰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정치 갈등으로 날리는 경제적 비용은 매년 평균 6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탄핵 정국에 휘말린 올해는 이 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혼란과 갈등이 국가신인도를 위협하고, 내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키우는 퇴행적 정치 문화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