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군인에 무죄?…大法, 원심 깨고 파기 환송

16세 미성년자와 함께 술 마시다 성폭행한 혐의
1·2심 "피해자 진술 '신빙성' 떨어져" 무죄 판단
대법 "피해자 상당히 취한 상태 고려…진술 합리적"
  • 등록 2020-12-06 오전 9:00:00

    수정 2020-12-06 오후 9:54:23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성년자와 술을 마시다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육군 부사관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육군미사일사령부 하사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고등군사법원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군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 7월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에 있는 지인 B씨의 이복누나 집에서 B씨 등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16세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도 동석했는데, 만취 상태였던 B씨는 피해자를 화장실로 데려가 준강간을 했다. 직후 A씨도 화장실로 향해 알몸으로 있던 피해자를 또다시 강간하면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고, 1·2심은 피해자가 일부 상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점을 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상고했고, 대법원은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피해자가 간음 시작 상황을 기억하지 못해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가 술을 먹고 구토하는 등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B씨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직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일부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진술은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며 “성폭행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판단이라 볼 수 없다”고 원심 판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괜찮다’ 답변은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해 보일 뿐, 성행위에 동의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볼 수 없다”며 “A씨는 피해자가 이미 항거 불능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 간음 행위를 했고, 이 탓에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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