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점, 고객, 차종, 시기마다 달라지는 ‘고무줄’ 타이어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부품 가격 폭리를 막고자 지난 8월부터 부품가격 공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타이어는 제외됐다. 타이어는 자동차 부품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 필요한 개별 제품의 성격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이데일리가 기아차 K7에 장착할 타이어(한국타이어 벤투스 S1 노블 245/45R/18) 가격을 판매점별로 조사한 결과 최저 15만원대에서 21만원대로 약 6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 직영 대리점인 티스테이션에서 21만5000원에 판매되는 이 타이어는 자동차 정비소에서는 20만원,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타이어 전문점에서는 17만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5만 1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 자동차 정비소나 타이어 전문점에서는 가격을 알아보는 제품이 아닌 특정 브랜드를 강력히 추천했고, 카드·현금 결제 가격이 다르기도 했다.
이처럼 타이어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은 소비자 판매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출고가격, 대리점 가격, 소비자 권장가격으로 구분했던 타이어 가격표시는 199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지적에 따라 가격을 표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타이어 가격은 공장도 가격만 적은 가격표가 판매점에 보내진다. 결국 가격은 유통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라벨링 제도)를 도입해 제품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타이어는 연비가 좋으면 주행 성능이 떨어지는 양면적인 면이 있어 취지와는 다르게 결국 판매자를 믿고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판매가격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고 연중 20~50% 할인은 물론 ‘공장도가에서 10% 빼주겠다’며 솔깃하게 유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권장가격 표시제도를 다시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유통사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없앨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논란처럼 제조사만 배불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분명 개선해야 할 문제지만 시장경제 논리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시민단체 활성화 등을 통해 어디가 싸고 좋은지 소비자에 알려주고 선택할 여지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