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월가의 투자자들은 엘런 머스크의 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10.45% 급락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런 머스크가 태양광 에너지 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 첫 반응이다. 전날 테슬라는 자사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솔라시티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이날 종가에 21~30%의 웃돈(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26.50~28.50달러, 거래 규모는 28억달러(약 3조2000억원)다.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유일의 수직통합 에너지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머스크의 꿈이다.
솔라시티 주가도 3.16% 오른 주당 21.9달러에 마감했다. 장 초반 급등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갈수록 상승폭이 둔화했다. 마감 가는 테슬라가 제시한 인수가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인수가 성사되기 어렵고 된다하더라도,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최근 야심작인 모델3와 네바다주에 건설 중인 전지공장 기가팩토리 사업에 대거 투자하면서 2020년까지 흑자 전환이 힘든 상황이다. 머스크는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솔라시티를 인수하는 것은 재정적 부담이 크고, 자동차에 집중해야 할 역량이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솔라시티는 미국 최대 가정용 태양광 패널 시스템 설치 업체다. 머스크 테슬라 CEO의 사촌인 린든 라이브와 피터 라이브가 공동 설립했다. 그렇지만 부진한 실적 탓에 최근 1년간 주가가 60% 넘게 쪼그라들었다. 솔라시티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에스플레나드 캐피탈의 션 그레베츠 펀드매너저는 “시장이 이번 인수안을 싫어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라면서 “사촌끼리는 결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장의 반응은 인수를 추진하는 머스크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솔라시티의 지분도 22.2% 보유 중인 최대 주주다. 그렇지만 머스크는 양사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솔라시티 인수 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