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간섭하면 높은 수익률은 불가능"

[선진금융 캐나다서 배운다]
김수이 CPPIB 글로벌 PE 부문 대표 인터뷰
캐나다 연기금 글로벌 투자 물꼬 튼 장본인
'기금고갈' 우려, 독립성·전문성 확보로 불식
리더십·투자 다각화는 높은 수익률 지름길
  • 등록 2022-11-23 오전 7:00:00

    수정 2022-12-08 오후 3:11:13

[토론토(캐나다)=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자리를 잡아가던 무렵인 지난 2007년. CPPIB는 글로벌 투자 물꼬를 틀기 위해 첫 외국인 직원을 채용, 홍콩으로 발령을 보낸다. 홍콩에서 사무실도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한 이 외국인 직원은 발로 뛰며 현지 투자 시장을 개척했고, 이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의 CPPIB 존재감을 글로벌 투자 파트너사들에 각인시킨다. CPPIB가 캐나다 주식과 채권 등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태지역 투자를 전체 비중의 23~24%까지 늘리며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현재 CPPIB에서 글로벌 사모투자(PE)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인 김수이 대표의 이야기다.

김수이 CPPIB 글로벌 PE 부문 대표./사진=CPPIB 제공
독립성·전문성 확보로 운용 수익률 ↑

이데일리는 캐나다 토론토 CPPIB 본사를 찾아가 글로벌 투자 물꼬를 튼 김수이 대표를 만났다.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에 버건디색의 정장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김수이 대표는 1998년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칼라일그룹을 거쳐 지난2007년 CPPIB의 첫 해외 사무소인 홍콩 사무소의 개설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16년까지 CPPIB 아시아 PE 대표를 지내다 2016년 6월부터 2020년까지 아태지역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는 CPPIB 글로벌 PE 부문 대표로 임명돼 전 세계 대상의 사모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김수이 대표는 CPPIB의 기금 운용 능력이 세계 주요 연기금 사이에서 화두가 된 이유로 ‘독립성·전문성 확보’를 꼽았다. 그는 “캐나다는 과거 연금 개혁을 통해 소득 대비 징수율을 올리는 한편, 연금 운용을 위한 조직(CPPIB)을 별도 분리했다”며 “정치·사회적 이슈에 영향받지 않고 운용 수익률만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말했다.

지배구조를 탄탄히 다지고 전 세계 인재를 불러모으면서 CPPIB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는 ‘액티브 투자(Active Investment, 개별 투자 포트폴리오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가치를 키우고 선별적으로 사고파는 투자 방식)’를 하고 있다. 국내 주식·채권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자산 클래스에 투자하며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CPPIB의 지난 10년간 누적 연평균 수익률이 10%를 상회할 수 있는 배경이다.

김 대표는 “채권에 집중해온 세계 주요 연기금과 달리 CPPIB는 지난 10년간 사모투자를 비롯한 에쿼티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며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다지고, 포트폴리오에 가치(value)를 입혀 수익을 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성적 위해선 투자 다각화 필요

국민연금을 비롯한 타 연기금도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연금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캐나다와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합의 도출의 필요성은 모두가 알면서도 연금개혁을 위해 ‘총대’를 메는 리더가 부재한 탓이다.

김수이 대표는 변화를 위해서는 합의를 도출할 리더가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캐나다가 독립성을 확보하기까지는 폴 마틴 전 캐나다 재무장관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며 “정치·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주 정부 관계자들과 관료들을 일일이 설득하며 의견을 한데 모으는 등 정치·사회 이슈로부터 기금 운용 시스템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정치·사회 이슈에 휘둘려서는 장기 투자 기조를 이어 나갈 수 없다”며 “특히 정부가 개입할 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분야를 다각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수이 대표는 “CPPIB는 글로벌 50개 국가의 다양한 자산 클래스에 투자하고 있다”며 “리스크에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영역이 넓어질수록 경제 사이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도 다양해지는 만큼, 이를 통해 리스크를 헤징한다는 설명이다.

CPPIB는 한국을 비롯한 아태지역 투자를 점자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김수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투자 매력도 높이 평가하며 “CPPIB는 글로벌 투자를 단행하기에 앞서 시장의 기회와 리스크를 모두 따지는데, 아시아는 인구나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투자 매력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인터넷 기술을 다루고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도 큰 편”이라며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 발전에 따라 물류 쪽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한국은 자동화 및 현대화되지 않은 창고가 많아 관심 있게 지켜보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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