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의 논쟁 결과 194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스튜디오에게 소유 극장 매각을 명령해 수직계열화가 해체됐다. 이른바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이후 1960년대 초까지 4천 개 이상의 극장이 문을 닫았다. 영화 제작 편 수와 관객 수도 줄었다. 여기에 여가의 확대, TV 보급의 증가 등 외부적 요인이 겹치면서 영화 산업이 위축됐다. 대신 케이블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파라마운트 판결의 대상이 되지 않은 월트디즈니 등 새로운 회사도 성장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최근 투자·배급·상영의 겸영 금지가 한국 영화 시장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 중심에 거대 콘텐츠 기업인 CJ와 롯데가 있다. 법이 통과되면 이들 기업체는 배급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멀티플렉스는 장치 산업인 데다 유통 산업이어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탓이다.
파라마운트 판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수직계열화 자체를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이로 말미암아 야기된 ‘독점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의 위법성이었다. 실제로 1940년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불공정한 관행을 주도해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 그 때문에 현재 할리우드에서 상영 허가 계약 등 영화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 경쟁에 반하는 각종 위법 행위와 이에 대한 공모는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파라마운트 판결에서 찾아야 할 교훈은 투자·배급·상영의 겸영 금지보다 공정 경쟁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영화계의 논의도 스크린 독과점 등 위법한 시장독점 및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등 적폐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영화 한 편의 비율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프랑스처럼 동일 영화의 상영 비율 제한, 독립영화 의무 상영 등 독점을 없애는 정책은 필요하다. 한편으로 한국 영화 산업의 국제화를 막는 규제가 없는지 살펴야 몸집이 큰 할리우드나 중국 자본력의 놀이터가 될 위험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