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배급상영 분리에 앞서 스크린 독과점 먼저 고쳐야

  • 등록 2017-07-20 오전 6:00:00

    수정 2017-07-20 오전 11:39:07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1938년 미국 정부는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등 5대 메이저 스튜디오와 컬럼비아, 유니버설 등 3대 마이너 스튜디오 등 8개 스튜디오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소송의 이유는 미국의 반독점 금지법의 하나인 셔먼법 위반 의심 행위였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사들여 수직계열화를 구축했고, 대량의 영화를 생산하고 자체 배급망을 통해 전국 상영관에 배급해 수익을 챙겼다.

10여 년의 논쟁 결과 194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스튜디오에게 소유 극장 매각을 명령해 수직계열화가 해체됐다. 이른바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이후 1960년대 초까지 4천 개 이상의 극장이 문을 닫았다. 영화 제작 편 수와 관객 수도 줄었다. 여기에 여가의 확대, TV 보급의 증가 등 외부적 요인이 겹치면서 영화 산업이 위축됐다. 대신 케이블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파라마운트 판결의 대상이 되지 않은 월트디즈니 등 새로운 회사도 성장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최근 투자·배급·상영의 겸영 금지가 한국 영화 시장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 중심에 거대 콘텐츠 기업인 CJ와 롯데가 있다. 법이 통과되면 이들 기업체는 배급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멀티플렉스는 장치 산업인 데다 유통 산업이어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탓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파라마운트 판결의 효력은 현재 중단됐다. 1987년 2월 워너는 파라마운트로부터 119개의 극장과 469개의 상영관으로 구성된 3개의 극장 체인의 지분 50%를 사들였고, 이후 오히려 수직계열화의 사례가 증가했다. 현재 할리우드는 중국 완다그룹이 Legendary(영화사) AMC(극장) 등 미국 주요 제작·상영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본력의 경쟁구도로 돌입했다.

파라마운트 판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수직계열화 자체를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이로 말미암아 야기된 ‘독점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의 위법성이었다. 실제로 1940년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불공정한 관행을 주도해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 그 때문에 현재 할리우드에서 상영 허가 계약 등 영화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 경쟁에 반하는 각종 위법 행위와 이에 대한 공모는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투자·배급사의 지분 늘리기, 감독과의 직접 계약 등의 문제는 독점적 영향력이 낳은 결과다. 투자·배급을 이유로 제작사 지분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제작까지 직접 손을 대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정이 왜곡되면서 한국 영화 프로듀서가 힘을 잃고 감독 위주로 흘러가는 점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파라마운트 판결에서 찾아야 할 교훈은 투자·배급·상영의 겸영 금지보다 공정 경쟁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영화계의 논의도 스크린 독과점 등 위법한 시장독점 및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등 적폐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영화 한 편의 비율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프랑스처럼 동일 영화의 상영 비율 제한, 독립영화 의무 상영 등 독점을 없애는 정책은 필요하다. 한편으로 한국 영화 산업의 국제화를 막는 규제가 없는지 살펴야 몸집이 큰 할리우드나 중국 자본력의 놀이터가 될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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