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말)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일상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그 의미는 넘치지 않을 겁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공공언어의 현 실태를 들여다보고, 총 20회에 걸쳐 ‘쉬운 공공언어 쓰기’를 제안하는 것이 이번 연재의 출발이자 목표입니다. <편집자주>
| 농촌진흥청에서 2020년 당시 도입한 한글 경조사 봉투(사진=성제훈 전 농촌진흥청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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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일반 사람들은 보통 지인 등의 결혼식에 갈 때 ‘祝 結婚‘(축 결혼)이나 ‘祝 華婚’(축 화혼)이라고 쓴 봉투에 축의금을 넣어 혼주에게 전한다. 장례식장에선 ‘賻儀‘(부의) 또는 ‘謹弔’(근조)라고 쓰인 봉투에 부의금을 넣는 식이다. 모두 한자어다.
한자만 적혀있던 경조사 부조 봉투 문구를 한글로 바꾸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이 변화를 처음 주도한 이는 한글사랑을 실천해 온 농촌진흥청 성제훈 전 대변인이다. 그는 지난 2020년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농진청 대변인실에서는 한자로 썼던 경조사 봉투를 한글로 바꿨다”며 바뀐 경조사 봉투 사진을 올렸다.
새 경조사 봉투에는 ‘축화혼’ 대신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의’ 대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한글 문구를 적었다. 그는 “우리 글자는 한글이고 한자는 중국 글자”라며 “우리 글자가 없다면 모를까, 한글이라는 멋진 글자가 있는데 굳이 한자를 쓸 까닭이 없다고 본다”고 취지를 전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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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시도는 기업들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SK텔레콤과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도 한글날을 맞아 경조사 봉투 겉면에 적힌 한자어를 한글로 바꿨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관혼상제 49개 용어(관례 용어 2개, 혼례 용어 22개, 상례 용어 22개, 제례 용어 3개)에 대한 대안어를 마련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 측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언어 표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세대나 분야 간 갈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기존 한자 용어와 새로운 쉬운 용어가 공존하도록 했다”며 “또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외래 용어나 거의 쓰지 않아 뜻을 알기 어려운 일부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꿨다”고 했다.
예를 들면 혼례 용어 ‘웨딩홀’이나 ‘베뉴’와 같은 외국어는 ‘예식장’으로 대안어를 마련했으며,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쓰는 ‘피로연’은 ‘피로연(뒤풀이)’으로 나란히 쓰도록 했다. 또 상례 분야에서 ‘근조, 부의, 조의’와 같은 말이 쓰이고 있으나 최근엔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삼가 명복을 빕니다’, ‘고이 잠드소서’와 같은 표현으로 대체하도록 대안어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