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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올 한해동안 각박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한 천사들을 소개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후에도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준 20살 청년부터, 불길 속에서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소방관과 시민들, 그리고 평생 모은 재산을 이웃을 위해 베푼 이들까지. 이들 모두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할 사람들입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군인으로서 단 한명의 생명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아야 전쟁에 나가서도 국민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현직 해군 장교 김용우(51) 중령은 지난 7월 한강에 빠진 시민을 구조했을 때를 떠올리며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구조 말고 다른 생각할 겨를 이 없었다”며 “다른 군인이 있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지난 7월 27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성동구 옥수나들목 한강변을 운동 차 지나고 있던 김 중령은 소란스러운 광경을 목격했다. 시민들은 한강변에 서서 강 쪽을 향해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는 가까이 가면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직감했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쪽에는 극단적인 마음을 먹은 한 여성이 구조요청도 없이 물에 둥둥 떠 있었다.
김 중령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인근에 머물며 ‘힘내십시오! 잡으십시오!’라고 연신 말하며 그 여성의 마음을 돌리는데 집중했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만큼 그 여성을 흥분시키지 않는 게 중요했다”며 “바닥이 질척거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구조하기 어려워져 얕은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결국 그 여성은 구명환을 잡았고 발 닿는 곳부터는 김 중령의 손을 잡고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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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이후 김 중령은 LG복지재단의 `LG 의인상`과 에쓰오일의 `올해의 시민 영웅상`을 받았지만 상금 약 2000만원을 모두 기부했다. 그는 “상금을 받았을 때 가족들과 상금을 어떻게 할지 물어보자 어머니가 `그 돈은 네 돈이 아니니 전부 기부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그 말을 듣고 후련한 마음으로 해군복지재단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전부 기부했다”고 말했다.
김 중령은 2020년 3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그는 30년간 했던 군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사회에 발을 디뎌야 한다는 사실에 불안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해보면 대학을 결정할 때도 학군사관후보생으로 임관을 결정할 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늘 두려워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오히려 힘든 일은 좋은 추억이 되었다는 각오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중령은 또 혹여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 결정하자`는 마음을 가져볼 것을 조언했다. 그는 “처음 해난구조대 훈련을 받을 때 너무 힘들었다. 아버지가 내 모습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실 정도였다”며 “그때마다 항상 `오늘만 참자. 내일 결정하자`라는 마음으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이에 좋은 일도 더러 있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분들은 딱 오늘만 참아보고 내일 결정한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