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남성 주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성과 위주 경영을 강조해온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살아 있다면 지금 임원들이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였다.
주총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주총을 진행하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잠깐 스쳤으나 이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차분히 대답했다.
주총 내내 주주 민심은 삼성의 위기 타개 방안을 요구했다. 경영진들 역시 실기를 인정하고 회사 핵심인 반도체사업을 다 잡아 반도체 1위 지위를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다짐했다.
삼성전자가 수익성 하락에도 공격적인 투자에 매진하는 건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분위기도 일부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약 28조원을, 생산시설에는 약 53조원을 쏟아부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다가오는 반도체 호황기에 부진을 만회하려면 미리 적극 투자해 놓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변수는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회사에 총 6.5%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삼성전자는 3%를 제시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무산되면서 노조는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해뒀다.
삼성전자의 경영 환경은 이미 나쁘다. 핵심 시장인 중국은 미국 규제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기둥인 동시에 ‘반도체 전쟁’의 핵심 플레이어다. 지금은 ‘내부총질’이 아니라 노사 ‘원팀’으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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