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10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차세대 기술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적용하는 등 제품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본딩 기술이 요구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업계와 학계에선 하이브리드 본딩의 개발과 적용을 먼저 성공하는 회사가 차세대 HBM 경쟁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HBM은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최근 중요도가 급격히 커진 제품이다.
본딩은 반도체 후공정의 일종으로 칩간 접착 공정을 일컫는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실리콘관통전극(TSV)이 지날 통로를 1024개 만들고 TSV와 범프로 각 D램을 연결해 만든 제품이다. 범프는 공 모양의 전도성 돌기다. D램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이는 후공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본딩 등 후공정 기술이 사실상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 사이에 넣는 범프 없이도 칩들을 바로 붙이는 기술이다. 범프가 없으면 칩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신호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제품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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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은 칩 사이의 공간을 완벽히 메울 수 있지만 열과 압력을 각 범프에 일정하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또 칩을 쌓을 때마다 열 압착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다. 한 번에 대량의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끈적한 액체 굳혀 D램 쌓는 SK…시간↓, 생산↑
SK하이닉스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고자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 방식을 도입했다. 먼저 D램 칩을 차례로 쌓아 붙이고 난 뒤 오븐과 같은 장비에 여러 개의 칩을 넣어 열을 가해 납땜을 하는 1차 작업을 거친다. 이후 칩 사이에 끈적한 액체를 흘려 넣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단단하게 굳히는 동시에 칩을 보호하는 껍데기 마감 작업인 ‘몰딩’을 함께 진행한다. MR-MUF는 TC-NCF 방식보다 공정 시간을 줄이고 대량생산에 유리해 생산성이 높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이같은 공정 차이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완성도나 생산성 측면에서 현재까지는 TC-NCF보다 MR-MUF 방식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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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탓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6세대인 HBM4, 혹은 그 이후 제품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이 점차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BM 시장에서 메모리 1위의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로선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에 더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투자와 시설투자에 각각 28조3400억원, 53조1000억원을 썼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올해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기술 투자가 성과를 낼 경우 차세대 HBM 시장에선 역전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궁극적으로는 두 회사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먼저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차세대 HBM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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