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선제 조정 34건…한신평 2년 연속 이슈 선점 추세
이데일리가 33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 평가 기간인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신용평가사들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Creditoutlook), 감시(Creditwatch) 조정 내용을 투자등급(AAA~BBB-)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한신평이 총 16건의 선제 조정을 단행하며 지난해에 이어 이슈선점 역량을 보였다. NICE신평은 11건, 한기평은 7건을 기록했다. 반면 후행은 한기평이 13건, NICE신평이 11건, 한신평 8건 순이었다. 평가일 기준으로 7일(5영업일 초과)에서 3개월 내 먼저 조정한 경우 선행으로, 따라오는 경우는 후행으로 분류했다. 5영업일 차이는 신평사 내부적으로 행정 처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고 3개월 초과는 관점이 다른 것으로 판단해 선·후행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신평은 지난해 12월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탄소중립 강화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사업안정성이 저하됐다는 평가다. 향후 가동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의 상업운전 중단 등 사업 및 재무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AAA(안정적)’에서 ‘AAA(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0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따라 지난 2월부터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 및 서비스의 신규 가입이 중단된 상태다. 한신평은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 폐지로 한국씨티은행의 영업 기반이 약화된 점을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거론했다. 개인 고객기반 이탈로 여·수신 규모 및 안정성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기업금융 강화 전략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신평이 선제적으로 등급 상향을 단행한 건 중에는 지난해 12월 현대두산인프라코어(BBB+,긍정적→A-,안정적)가 있다. 한신평은 경기 둔화와 원재료비·물류비 상승 속에서도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 지역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당분간 양호한 영업실적이 유지되겠다고 판단했다. 6883억원의 유상증자 단행으로 재무부담이 개선된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면서 그룹 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거론했다. 현대건설기계와의 향후 영업망 공유를 통한 영업기반 확충, 구매 및 물류 효율화, R&D 비용 등 중복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점도 수익구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 한신평은 IBK투자증권(A+,긍정적→AA-,안정적), 유안타증권(A+,긍정적→AA-,안정적), 한화투자증권(A+,긍정적→AA-,안정적), 하이트진로(A,긍정적→A+,안정적), 하이트진로홀딩스(A-,긍정적→A,안정적), 효성티앤씨(A,긍정적→A+,안정적) 등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에는 제이티비씨(BBB,안정적→BBB,부정적)의 등급 전망을 선제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방송광고시장의 높은 경쟁강도와 흥행 콘텐츠 수 감소·시장 내 경쟁심화에 따른 영업수익성 저하 등을 부정적 평가 요인으로 꼽았다. 손실 누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재무안정성 개선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평가다.
한기평의 선제조정 건수는 7건에 그쳤다. 신용등급 상향이 4건, 하향은 0건을 기록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상향 1건, 하향 2건으로 집계됐다. 한기평이 신용등급 전망을 선제적으로 하향한 기업은 대우조선해양(BBB-,긍정적→BBB-,안정적)과 한국씨티은행(AAA,안정적→AAA,부정적)이다.
한편 시장 의견 조사에서는 가장 이슈 대응이 부진했던 한기평이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신용평가사별 선제적 의견제시가 적절했느냐는 질문(5점 척도)에서는 한기평이 3.75점으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어 NICE신평이 3.70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신평은 3.6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SRE자문위원은 “최근 NICE신평이 롯데그룹 M&A 관련 재무부담 확대를 지적하면서 선제적으로 액션을 취했다”며 “신평사가 그룹사에 대해 아주 솔직한 등급 액션이나 평가를 내놓기 쉽지 않은 데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다만 이 때문에 채권매니저들의 점수를 다소 박하게 받아 뒤처진 듯 하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전망 상향 크게 증가...‘호시절’에 번 돈으로 버티는 신용
SRE자문위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업 실적에 경기 악화 영향이 반영되지 않을 때다. 호시절에 자본확충도 해두고, 실적도 늘렸던 면이 있어 시장 악화 속에도 신평사들에게 신용도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등급 조정 추세를 보는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등급 조정 속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현재 수준의 등급조정 속도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 203명 중 109명으로 53.7%에 달했다. 현 수준의 등급조정 속도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응답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비CA가 83명으로 가장 많았다. CA는 26명을 기록했다.
다만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총 45.8%로 만만치 않은 비중을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하향 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66명(32.5%), 하향 조정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27명(13.3%)으로 집계됐다.
SRE자문위원은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면 하향조정이 더 적합할 수 있는데, 현재 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되는 시기라 위기감을 느끼는 듯하다”며 “특히 비CA 대부분이 현재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용등급을 건드리지 말라는 불안이 반영된 결과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