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따르는 경기 하방 경고...국정 주도권 다툼할 땐가

  • 등록 2024-12-17 오전 5:00:00

    수정 2024-12-17 오전 5:00:00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잇따라 경기 하방에 대한 경고를 내놨다. 기재부는 지난 13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15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라는 참고자료에서 “과거 두 차례 탄핵과 달리 이번에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야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한은 자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올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비교했다. 2004년엔 대외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질주한 덕에 한국 경제도 차이나 특수를 누렸다. 2016년엔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올라탔다. 그 덕에 2004년과 2016년의 경우 탄핵이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아주 나쁜 시기에 터졌다. 대내적으론 심각한 소비 부진 속에 우리 경제가 저성장 터널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이다. 대외적으론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피즘은 고율관세가 주무기다. 캐나다·멕시코 사례에서 보듯 우방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중국 경제도 예전 같은 고성장 시대는 저물었다. 한은은 “해외요인이 국내요인과 중첩될 경우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한다. 2016년 사례를 보면 여야는 탄핵 정국 속에서도 새해 예산안을 합의 처리했고, 정부는 중장기 투자활성화 대책 및 내수활성화 방안을 시행했다. 한은은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 작동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초당적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며 반대했다. 민생을 맨앞에 두면 국정 주도권 다툼은 사치다. 지금이야말로 협치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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