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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여건은 무르익었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직접적으로 언급이 됐을 뿐더러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인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물가 둔화에 대해서는 ‘기조적’이라는 표현으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달에 이어 금리 인하 시점을 검토한다는 입장이 유지됐고, 긴축 기조 유지 문구에서는 ‘충분히’라는 표현이 빠졌다. 금리 인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금통위 때만 해도 1380원 선을 두고 등락하던 환율은 1330원 선으로 내려왔다. 미 경기침체 우려 완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을 반영하면서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총재가 취임 후 3개월 후 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 즉,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안내)를 제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지만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에 충분히 신호를 주고 있다고 이 총재는 말했다. 소수의견 제기 없이도 ‘절차적’으로 금리 인하 여건은 조성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걸림돌은 역시 수도권 집값 상승과 그에 연동한 가계부채 증가세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역설했다.
금리인하 언제 시작하나…“美보다 속도 느릴 것”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10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리 인하의 횟수와 폭은 제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 부채 안정세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해서다. 정부 부동산 관련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금리 인하의 영향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월 인하 혹은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보는 목소리도 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의 즉각적인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 안정이라는 정책기조는 장기적인 이익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같은 관점에서 10월보단 11월이 보다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한국은행이 인하 전에 금융안정 리스크를 평가할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11월 인하 가능성을 점치면서 “금리 인하를 위해선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와 주택가격 상승세 진정 확인, 미국의 추세적인 금리 인하 확인 필요하다”며 “이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동결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용 총재도 미 연준에 비해 한은의 금리 인하의 속도가 느리고 폭이 작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변동금리가 많이 들어가 있고 미국은 고정금리가 많은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았기 때문에 미국은 우리보다 더 빠르게 많이 금리를 올렸다”면서 “내릴 때도 미국의 금리 조정폭이 당연히 우리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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