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비상계엄'에 상처받은 내수 되살리려면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추경 제안..지역화폐는 효과 제한적
소비세 인하·전국민지원금 등 특단 경제대책 필요
  • 등록 2024-12-17 오전 5:00:00

    수정 2024-12-17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한국 경제가 ‘비상계엄’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전인 지난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가 수출 성장 둔화, 소비 개선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부터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치 불안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오히려 내수 부진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수출과 내수가 같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소비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며 ▲지역화폐 ▲인공지능(AI) ▲전력 확보를 위한 기반시설 예산 등 추경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AI와 전력 확보 기반 구축 예산은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꼭 필요하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데는 무용(無用)하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 내에 돈이 돌도록 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주목적이다. 현재의 소비 부진은 전국적 상황인 만큼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역화폐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더이상 ‘지역’ 화폐가 아니다. 원화를 대체하는 정부 발행 상품권이 될 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 경제를 덮친 2020년, 정부는 자동차 등 특정 소비재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인하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고 낙수효과로 소비가 회복세를 보였다. 미래의 소비를 앞당겼을 뿐이란 지적은 타당하다. 세수 감소 문제도 걸림돌이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선행되야 한다.

‘차등형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도 고려해 볼 만하다. 소비세 인하는 소비촉진과 내수부양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정책이지만, 소비여력이 있는 고소득층 수혜가 더 크다. 저소득층의 소비여력을 보완하고 직격탄을 맞은 골목상권을 살리는데는 지역화폐보다 전국민재난지원금이 더 효과적이란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재정부담이 가장 큰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가 5차례에 걸쳐 쏟아부은 재난지원금은 무려 57조 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당시만큼 심각한 경제위기는 아니다. 수십조원씩 쏟아부을 이유도, 재원도 없다, 당시 끌어다 쓴 빚은 여지껏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빚까지 낼 필요 없다. 민주당이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감액한 예산이 4조 1000억원이다. 2023년 11월 1일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총 가구 수는 약 2273만 가구다. 민주당이 감액한 돈만 이들 가구에 나눠줘도 18만원씩 돌아간다, 소득분위 상위 30%를 제외하면 26만원으로 늘어난다.

상위 30%를 제외하고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가구당 인원수에 따라 차등을 두고 4조 1000억 원을 배분한다면, △1인 가구: 약 12만원, △2인 가구: 약 23만 9000원, △3인 가구: 35만8000원, △4인 가구 47만7000원, △5인이상 가구: 약 59만7000원이다. 아쉬운 대로 소비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이낙연 국무총리는 “세금을 이럴 때 쓰는 게 정부의 기본 의무”라고 했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탄핵하지 않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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