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48개국 중 25위를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전년대비 6단계 하락한 순위로, 2004년 29위를 기록한 뒤 우리나라가 받은 ‘최악의 성적표’다. WEF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통계치를 합산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WEF 조사에서 2007년 11위로 최고 점수를 받은 뒤 ▲2008년 13위 ▲2009년 19위 ▲2010년 22위 등으로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다시 19위까지 올라섰으나, 이번에 6단계 떨어진 25위를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최저 점수를 받게 된 것이다.
3대 분야, 12개 부문 중 전년대비 순위가 오른 항목은 거시경제 환경 분야 딱 하나로, 전년대비 한 단계 상승한 9위를 기록했다. 제도적요인과 금융시장 성숙도의 경우 각각 74위, 81위를 기록해 1년 전에 비해 12단계와 10단계가 떨어졌다.
세부 항목별로 봤을 때 100위권 밖에 포진한 항목도 상당수 있었다.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는 노사협력(132위), 해고비용(120위), 고용 및 해고관행(108위) 등 3개 항목이 100위권 밖에 포진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항목은 97위를 기록해 간신히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는 대출의 용이성(118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115위), 은행건전성(113위) 등에서 100위권 밖의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독과점의 정도(118위), 조세의 범위와 효율성(104위) 항목 등도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한 항목은 고등교육 진학률과 인플레이션 등 2개 항목 뿐이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경우 WEF가 물가상승률 3% 미만의 국가들에게 모두 1위를 줘 44개국이 동시에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번 WEF의 국가경쟁력 설문조사의 표본이 적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는 기업 CEO 516명 대상으로 진행됐으나, 회수된 답안지는 85개에 불과해 회수율은 16.4%에 그쳤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스위스는 5년 연속 국가경쟁력 1위에 올랐다. 2, 3위는 싱가포르와 핀란드가 차지해 1~3위 순위는 전년도와 동일했다. 독일과 미국은 전년보다 각각 2단계 상승해 4, 5위를 차지했으며, 스웨덴과 홍콩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