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YCC 포기할수도"…증권가 세 가지 시나리오[김보겸의 일본in]

①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 추가 상향…"1%도 가능"
②YCC 포기 시나리오도…"후임자에 자율성 줘야"
③시장이 여파 소화할 때까지 현상유지 가능성도
  • 등록 2023-01-16 오전 7:26:12

    수정 2023-01-16 오전 7:26:12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은행이 오는 17~18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앞둔 가운데 증권가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가운데에는 일본은행이 2016년부터 유지해 오던 국채수익률곡선(YCC) 정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중앙은행 독립성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습.(사진=AFP)
첫 번째 시나리오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YCC 정책을 추가로 수정하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더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올렸지만, 이번 회의에서 상한을 0.75%로, 높게는 1.00%로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가 된 건 지난달 일본은행이 상한을 올렸는데도 튀어오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다. 지난 13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0.545%까지 올랐다. 일본은행이 설정한 0.5% 상한을 넘어선 것이다. 장기금리 적정 수준이 현재보다 높다고 보는 시장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 매도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바클레이즈의 에비하라 신지는 “일본은행이 갑자기 정책을 변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본은행이 추가로 정책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됐다”고 짚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0일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폭을 0.25%에서 0.5%로 상향하면서 금리가 오른 모습.(사진=SBI증권)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출혈도 컸다. 이날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0.5%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국채 10년물을 5조엔(약 48조5975억원)어치 사들였다. 하루 매입 금액으로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은행이 이번 주 다시 10년물 금리 한도를 올려서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여야 한다는 부담을 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기사키 고이치 모건스탠리 MUFG증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5%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조건에서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58%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YCC 정책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수익률 목표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지난달 사들인 장기채 매입 금액은 30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FT는 “시장에서는 일본이 20년간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해 실시해 온 초완화적 정책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YCC를 도입한 구로다 총재가 오는 4월 퇴임을 앞둔 만큼, 이번 주 회의가 결자해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총재가 4월부터 더 자유롭게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이전 총재가 중대사를 매듭짓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현상유지다. 노무라증권과 UBS증권이 내놓은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실시한 정책 변경의 여파를 시장이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는 관망할 것이란 관측이다. 마쓰자와 나카 노무라증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본은행이 YCC를 공식적으로 끝내려면 2% 인플레가 지속가능한 시점에 도달해야 하며, 그건 마이너스 금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이번 주 회의까지 이 모든 논리를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마지막 시나리오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비록 지난 10일 일본 도쿄 소비자물가가 4%대를 찍으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것일 뿐 임금 상승이나 경기 회복 등 선순환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 식용유와 가스 가격이 작년보다 30% 넘게 오른 반면, 노동자 실질임금은 3.8% 줄었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금융완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일본은행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다시 올리는 것은 경기 둔화를 일으킬 수 있어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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