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 이후 첫 방학…학원만 웃었다

‘복습만 가능’ 방과후학교 학생수 급감
보습학원 학원생 몰려 '희희낙락'
전문가 "고등학교 2·3년은 규제 풀어야"
  • 등록 2015-01-06 오전 6:30:01

    수정 2015-01-06 오전 6:30:01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맞은 겨울방학이지만 학교와 학원의 표정은 뚜렷이 갈리고 있다. 복습만 가능한 학교 방과후 수업은 외면받으면서 울상인 반면 보습학원들은 학교 대신 학원을 찾은 학생들로 북적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정부가 사교육을 억제한다더니 오히려 날개만 달아줬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복습만 가능’… 학교 방과후 수업 ‘찬바람’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라 일선 학교는 정규 수업 및 방과후 학교 수업 시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 예컨대 2016학년도 수능에서 과학탐구 물리Ⅱ를 선택할 예정인 예비 고3생들은 이번 방학 방과후 학교 수업에서 해당 과목을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물리Ⅱ는 3학년 과정에 편성된 과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방과후 수업이 사실상 복습만 가능해지면서 인기도 뚝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A고교의 경우 2013년도 겨울방학 방과후 학교 수업에 745명(복수 선택 포함)이 참여했지만 이번 겨울방학에는 24.2%(180명)가 감소한 565명만 신청했다. 개설 강좌 수도 35개에서 25개로 1년 새 10개가 줄었다. A고 관계자는 “예비 고3생은 수능에서 선택할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과목을 대부분 겨울방학에 공부해야 하는데 선행 금지법 때문에 모두 막혔다”며 “복습만 하겠다고 하니 학생들도 학원으로 가는 바람에 강좌 개설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B고교도 방과후 수업 신청자가 255명에서 171명으로 32.9%(84명) 줄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억지로 강좌 수를 늘리긴 했지만 학생들의 신청이 급감했다”며 “‘선행학습이 왜 안되느냐’는 학부모 항의전화도 여럿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교육비 줄이기에 한몫했던 방과후 학교 논술강좌도 없어졌다. 학교 논술강좌 비용은 회당 2만원 수준이지만 학원에서는 10만원이 넘는다. 서울 서초구 C고교 교사는 “예비 고3생을 대상으로 과학 논술수업을 개설하려 했으나 수업을 맡겠다는 선생님이 없어 결국 폐강했다”며 “고3 때 배우는 과학탐구Ⅱ 과목을 함께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선행학습 금지법에 저촉될까봐 꺼려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원은 신바람… “수강 문의 늘고 학원생도 많아져”

반면 학원은 선행학습 광고만 금지될 뿐 학교와 달리 강의 내용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다. 교육청 인력 부족으로 광고 단속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특히 방과후 학교 수업에 수요를 뺏겼던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학원은 신바람이 났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사회탐구 전문학원 관계자는 “3학년에 올라가면 국·영·수 및 논술로 정신이 없기 때문에 예비 고3생은 겨울방학에 사회탐구 과목을 끝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학원 수강 문의가 크게 늘었고 학원생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하루 빨리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D고교 교사는 “방과후 학교 수업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되면 될수록 학원으로 몰리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고교 2, 3학년생만이라도 선행학습 제한을 푸는 등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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