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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저는 테슬라도 갖고 있고 아마존도 갖고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치노힐스에 사는 제이콥 곤잘레스(34)씨는 ‘로빈후더’다. 로빈후더는 수수료 없는 온라인 주식 중개 플랫폼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젊은 투자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한 곤잘레스씨의 사연은 이렇다. 정보통신(IT)업계에서 일하던 그는 코로나19 탓에 지난 3월 일자리를 잃었고, 그가 가진 돈은 1만달러(1190만원)도 안됐다. 곤잘레스씨는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DoorDash)에서 배달 일을 하면서 집에서 주식 분할 거래(fractional share trading)를 한다. 이는 주식을 쪼개 단돈 1달러로도 주당 수천달러짜리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곤잘레스씨가 하루 일당으로 테슬라, 아마존 등 수천달러가 넘는 주식을 살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이전에는 살 수 없던 주식을 이제는 얼마든지 쉽게 살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 주가폭등 배후에는 로빈후더가 있다
미국에 로빈후드 열풍이 거세다. 한국의 동학개미들처럼 뉴욕증시를 떠받치는 주요 축으로 부상했다.
25일(현지시간) 로빈후드와 WSJ 등에 따르면 로빈후드의 분할 주식 거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주식은 테슬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순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고객 수를 집계한 결과다.
테슬라는 로빈후더가 ‘최애’하는 주식이다. 올해 초 430.26달러에서 최근(8월25일 기준) 2023.34달러까지 올랐다. 상승률이 무려 370.26%다. 팬데믹 초기인 3월18일 최저점(361.22달러)과 비교하면 5개월여 만에 467.52% 치솟았다. 올해 이후 아마존(73.32%), 애플(66.24%), 마이크로소프트(34.77%), 넷플릭스(48.75%)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들어 나스닥 지수를 25%(9092.19→11466.47) 가까이 끌어올린 기술주 급등세의 주요 동력이 로빈후더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수수료 제로와 분할 거래를 내세운 로빈후드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예상보다 큰 주가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했다.
고수익 노린 ‘묻지마’ 투자 성행 우려도
그는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올해 가을 부모가 되는 에르난데스씨는 “(투자 수익금으로) 아기를 위한 멋진 흔들의자를 살 수 있다면 나에겐 작은 승리가 될 것”라고 했다.
이같은 개미들의 ‘작은 승리’가 쌓이면서 핀테크 스타트업인 로빈후드의 기업가치는 7월 86억달러에서 8월 110억달러로 확 뛰었다. 월가에서는 로빈후드가 곧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내에서는 로빈후드를 통한 주식투자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수료 없이 손쉽게 주식을 살 수 있다보니 고수익을 꿈꾸며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로빈후드가 제공하는 분할 거래는 목돈 없이도 주식을 살 수 있어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없이 ‘묻지마’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버빌에 사는 대학생 알렉스 컨즈(20)씨가 로빈후드에서 주식 거래 후 진 빚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WSJ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단타 거래는 장기 보유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전했다.
테런스 오딘 UC버클리대 재무학과 교수는 “분할 거래는 초보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반드시 한 주를 사야 하는 것보다 투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