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탄소중립 전제 조건…'파괴적 기술혁신'

  • 등록 2023-03-29 오전 6:00:00

    수정 2023-03-29 오전 6:00:00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올해부터 2042년까지 적용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관련 법정 계획을 마련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전략,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실행방안과 이행 기반 강화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우선 탄녹위는 2018년 탄소배출량 대비 40% 감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발전과 산업 등 부문별 감축 목표를 조정하는 한편, 연도별 감축 목표도 마련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 4억3600만t을 유지하되, 발전부문은 기존 약 1억5000만t 배출량을 약 1억4600만t으로 줄였고 산업 부문은 기존 약 2억2300만t 배출량을 약 2억3100만t으로 늘렸다. 또 탄소포집과 저장, 활용 그리고 국외감축 부분 역할도 강화했다.

둘째 탄녹위는 발전부문에서 석탄 발전을 줄이는 대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수요효율화를 높이는 한편, 산업부문에서는 기술혁신펀드를 통한 보조금과 융자지원 확대 등을 통해 탄소저감기술을 확보하고 배출권 제도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부문별 중장기 감축 10대 부문에서 정책과제 37개를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 기반 확보를 위해 홍수 경보시간 단축 등 극한기후 대응, 보건복지 안전망 구축 등 취약계층 지원, 100대 핵심기술 등 녹색기술 육성 등 6대 분야 45개 정책과제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계획은 지난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변경시키지 않되 특히 산업과 발전부문의 탄소 감축, 국외감축 계획 등을 미세 조정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의 약속 이행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산업부문의 탄소감축 목표는 여전히 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규제보다는 기술개발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탄소과다 배출업종의 경우 파괴적 기술혁신이 필요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2018년 현재 1억200만t의 탄소가 배출되는 철강의 경우 당초 계획엔 약 9700만t 배출을 줄이고 약 500만t 배출만 허용키로 했는데, 이번 조정안에 따르면 산업 부문 전체에서 불과 약 800만t의 추가 배출만이 허용됨으로써 철강업계는 거의 당초 수준의 배출량을 줄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석탄을 태워 철강재를 생산하는 전통적 조강방법으로는 아무리 기술혁신 노력을 강화한다 해도 탄소배출의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로선 철강 산업을 포기하거나 조강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환원제철 등 파괴적 기술혁신에 의한 조강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R&D 재정전략을 파괴적 기술개발 중심으로 재편하고 산업부처 R&D 정책과 기업의 기술혁신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국가탄소감축 목표 실현은 기업의 혁신적 기술개발이 전제될 때 가능할 전망이나 대규모 자금과 기술인프라 필요성을 감안하면 국가차원의 기술개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배출권거래 유상할당금 7000억원 등으로 조성된 기후대응기금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기후대응기금은 2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나 이중 R&D 지원은 22.3%인 5482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금은 공공건축물 그린모델, 도시숲 조성 등 일상적 탄소감축사업에 소진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설비투자 보조 또는 융자, 세제지원,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등 대규모 투자의 위험 분산에도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번에 기업이 저탄소 기술을 도입할 경우 정부가 일정기간 고정된 탄소가격을 보장해 배출권가격의 불확실성 해소와 감축 투자를 유인하는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계획은 잘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탄소중립 산업관련 시설투자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비율을 높이고 해당 기술범위를 확대해갈 필요도 있다. 탄소중립실현 획기적인 기술혁신 이외에는 답이 없다. 민관의 합심된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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