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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처장은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기 위해 국회 선진화법을 도입했는데, 정치 지형이 바뀌면서 작동하지 않게 됐다”며 “(선진화법 이전보다) 더 나빠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집권 첫해에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인하 등 부수법안에 반대하며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제정 이후 가장 늦은 12월 24일이 돼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도 여야가 연구개발(R&D) 예산과 지역화폐 예산 등을 두고 대치하고 있어 선진화법 이후 ‘최장 지각처리’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12월 1일 정부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여야가 예산안을 두고 소모전을 하지 않도록 법정 처리시한(2일) 내 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선진화법 도입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은 2014년과 2021년 단 두 차례 뿐이었다.
‘블랙박스 안의 밀실논의’는 소소위 등에서 벌어지는 깜깜이 심사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법정 처리시한 이후 진행되는 예산안 심사 체계를 개선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예산안 심사 지원기구나 협의체를 제도화해 누가 협의체에 들어가고 어느 기구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걸 명료하게 정하면 더 책임감을 갖고 논의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이 그대로 부의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증액 동의권’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조 처장은 “같은 사업 안에서 금액 변동 없이 ‘세세항’ 등 세부사업을 조정할 수도 있는데, 정부의 증액 동의권이 절대적 성역처럼 돼 있어 정부 동의가 없으면 안 된다”며 “증액 동의 범위의 불명확한 부분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