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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고 3학년 송강현(19·사진)군은 “우선 잡아야 한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위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은 범인을 잡고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송군은 학원을 가기 위해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쯤 신도림역 방면으로 향하던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 있었다. 열차가 사당역에 도착할 때쯤 송군 옆에 있던 한 40대 남성의 휴대전화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이 남성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앞에 앉아 있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찍고 있었다. 해당 여성은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황이었다.
송군은 “남성이 몰래 사진을 찍는 현장을 본 순간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이 사당역에서 내리자 사진을 찍던 남성이 따라 내렸고 이 장면을 목격한 송군도 지하철에서 내렸다.
송군은 이동하는 와중에 경찰에게 신고해 상황을 설명한 후 남성을 계속 따라갔다. 남성이 송군이 뒤쫓는 것을 눈치챈 듯 지하철 출구로 황급히 뛰어 올라갔다. 역사를 나와 출동해 대기중이던 경찰차를 보자마자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남성이 도주하자 뒤따르던 송군도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송군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몇백 미터를 달린 끝에 도주하는 남성을 추격해 붙잡았다. 이 남성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시켜 근처 화단에 던지기도 했다.
송군은 “(이 남성이) 자신은 딱 한 번 그런 거라며 놓아달라고 말했지만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불법촬영 혐의로 권모(43)씨를 검거해 수사 중이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 사실을 전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군이 위험한 상황에도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의 평소 가르침 덕이다. 송군의 아버지는 구로경찰서, 어머니는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현직 경찰관이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 외에도 친척 중에서도 경찰이 많이 있다”며 “평소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족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송군의 꿈은 부모님과 같은 경찰관이 되는 것이다.
그는 “부모님을 보면 경찰은 결코 쉽지 않은 직업”이라면서도 “부모님과 가족들의 일이 분명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같은 정의로운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