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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에서 만난 이윤옥(60) 한일문화어울림 연구소장은 “대학에 강의를 나가면 항상 첫 시간에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써보라고 하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유관순 밖에 못 쓴다”며 “이것이 현재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학박사이자 시인인 이 소장은 일본 유학시절부터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을 둔 뒤 지난 2011년부터 ‘서간도에 들꽃피다’라는 제목의 책을 총 8권 발간했다. 이 소장은 이 책에서 여성독립운동가 160명의 처절한 삶을 시와 글로 조명했다. 최근엔 이 소장이 발굴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함께 묶어서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을 출판했다.
독립유공자 1만4830명 중 여성은 2% 불과
이 소장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1만 4830명중 여성은 전체의 2%인 고작 296명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남성 위주의 보훈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62년 보훈처가 만들어지고 서훈을 받은 건 주로 남성들이었다. 여성들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서훈을 받기 시작했다”며 가족 모두가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오희옥 독립지사의 사례를 들었다. 오희옥 지사의 아버지인 오광선 독립지사는 1962년에 서훈을 받았다. 하지만 오희옥 독립지사와 어머니인 정현숙 독립지사, 오희옥 지사의 언니인 오희영 지사가 서훈을 받은 건 1990년대 들어서였다. 여성독립운동가는 관련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힘든 탓이다.
이러한 목소리에 힘입어 최근 들어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의 주역은 여성”이라며 “3·1운동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세운 건국의 어머니들도 있었다”며 여성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강조했고 피우진 국가보훈처장도 “그동안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독립운동가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인 내년까지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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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여성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남아 있는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 줄의 기록이라도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다녔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미국 하와이까지 다닌 그가 만주와 상해를 비롯해 중국에서 이동한 거리만 해도 3000km에 달한다.
이 소장은 여성독립운동가의 발굴부터 취재, 출판까지 모두 자비로 감당하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이 적다 보니 정부의 지원 등을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소외당하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가 더 잊히기 전에 그들에 대한 기록을 지금이라도 남겨놓아야 한다는 마음에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해 몸도 건강하지 않고 적지 않은 나이에 기억도 사라지고 있다”며 “하지만 예전에 만난 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한 분이 내 손을 붙잡고 ‘서훈을 받진 못했지만 나도 광복을 위해서 일했으니 꼭 기억해달라’는 말이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분들의 삶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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