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강제금제는 여야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것도 아니어서 국회 처리가 지연될 이유도 딱히 없었다고 봐야 한다. 다국적기업들이 그동안 과세 당국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등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속히 도입됐어야 할 제도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 후 최대 역점사업으로 꼽고 법안 발의까지 성과를 냈지만 학계 역시 제재 수준과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던 터였다. 이런데도 하반기 시행 예정이었던 이 제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제재는 여전히 솜방망이를 면치 못하게 됐다.
여야가 합의한 이행강제금제는 1일당 평균 수입금액의 0.3%내, 한 달 동안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회피할 경우 최대 1억 5000만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법인에 매출을 몰아주는 다국적기업들이 상당한 현실에서 이 정도의 이행강제금은 최소한의 제재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조세 정의 원칙을 엄정하게 지킬 수 있도록 국회는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공정해야 할 세무조사, 징세 과정이 특정 기업에 대한 봐주기로 비친다면 과세 당국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