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2차전지) 산업의 수출 성장세가 꺾였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관련 수출액이 98억 2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배터리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5년(-3.3%) 이후 8년 만이다. 올 들어서는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액은 1년 전에 비해 26.2%나 줄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배터리 산업 수출 성장세가 꺾인 것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1년 117.1%의 고성장을 기록한 이후 하강 곡선을 그리며 올해 23.9%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도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응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의 공장 가동을 본격화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K배터리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값이 싼 리튬인산철(LFP)배터리 분야에서 급속한 기술 진전을 이룬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내수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시장까지 파고들면서 우리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21년 41.6%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52.5%로 10.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한국 3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0.4%에서 23.8%로 6.6%포인트 낮아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IRA를 폐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점도 불안 요소다.
K배터리는 반도체에 이어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미래산업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이대로는 K배터리의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려면 믿을 건 기술밖에 없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중국이 승기를 잡은 LFP 배터리도 추격에 나서야 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공격적 연구개발(R&D)투자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도 배터리 업계의 투자 확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