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새 잊혀진 ‘설 이산가족’ 상봉

기대 모았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무산
남북 관계 다시 경색국면…양측 모두 서로 남탓만
정부, 실리도 챙기지 못하고 전략도 없는 원칙론만 고수
  • 등록 2015-02-16 오전 6:15:00

    수정 2015-02-16 오전 6:15: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설이 코앞이지만 들썩거리는 명절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70년 간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이다.

평양 출신의 이모(82)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에 피난 오면서 부모 형제와 헤어졌다. 이 할머니는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죽기 전에 오빠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다”고 애달파 했다.

올해 설을 맞은 이산가족의 상심이 더 큰 이유는 비단 속절없이 한해 더 흘러간 시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연초만 해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남한)니, 최고위급 회담(북한)이니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껏 기대가 부풀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터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오늘내일 하며 손꼽아 기다렸던 이산가족들은 다시 경색국면으로 돌아간 남북관계에 깊은 한숨을 삭일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 정부는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것을 북한 탓으로 돌리고 있다. 먼저 대화를 제의했고 거듭 조건도 형식도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했는데도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또 우리 잘못이라고 한다. 신년사를 통해 연초부터 ‘통 큰’ 결단을 내렸으나 남한이 소심하게 대북전단도 5·24조치도 해결 못 하면서 미국과만 친하려고 하니 아예 말을 섞을 수 없다는 식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산가족은 70년을 다른 국가로 살고 있는 남북이 하나라는 실존하는 증거이자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명분이다. 이산가족 세대 즉, 남과 북이 하나였던 시대를 살았던 세대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통일 과정은 더 어렵고 갈등과 반목은 더 깊어질 공산이 크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남측 이산가족 중 80% 이상이 70세가 넘었고 절반 이상은 80세가 넘는 고령자다.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을 강조하는 사이 남북관계는 경색을 넘어 불통(不通)으로 치닫고 있다. 남은 3년 동안 원칙을 살리면서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대북 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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