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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을 언제 강하게 받았느냐고 묻는다면 [이주의유튜버] 첫 시작으로 소개하는 ‘지식 브런치’ 채널을 만났을 때를 꼽고 싶습니다. 지식 브런치는 역사·사회·문화·시사·상식·과학·잡학 등을 브런치처럼 가볍게 풀어내는 유튜버입니다. 대게 매주 일요일에 새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는 50만 9000명(10월28일 기준)입니다.
지식 브런치의 강점은 탁월한 주제 선정입니다. △무더운 아시아에서 더운물을 마시는 이유 △출생 신고도 국세청에 하는 나라.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에 만족할까 △집에서 신발을 신는 이유와 벗는 이유 △서양에선 왜 남편 성(姓)을 쓸까? 한국에서 안 따르는 이유는 △유럽에 광장이 있는 이유, 한국에 광장이 없는 이유 △명품이 비싼 5가지 이유 △‘아랍의 봄’ 10년, 아랍에 민주화가 어려운 이유 △일본은 왜 오직 자민당만 지지할까 △이란 사태로 본, 히잡에 관해 오해하기 쉬운 4가지 등등 평소 한 번쯤 궁금했던 주제입니다.
주제 선정만큼 내용을 풀어가는 능력도 유려합니다. 대형 유튜브 채널처럼 화려한 영상효과나 자극적 표현 없이도, 담백하고 적절한 근거와 논리를 듣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영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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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인도에서 크리켓이 엄청나게 인기인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그는 “인도에서 크리켓은 종교가 아닙니다. 이건 종교나 다름없습니다”라고 시작해 8분 남짓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인도인에게 가지는 크리켓의 의미를 설명해줍니다.
인도의 프로 크리켓 선수들의 평균연봉이 EPL(영국프리미어리그)보다 높다는 것, 2008년부터 시작된 IPL(인도 크리켓 프리미어리그) 매 경기 TV 시청자가 1억 7000만명에 달하는 점 등 흥미로운 사실로 집중시킨 뒤 이후 영국의 식민지배 영향, 크리켓 경기방식이 인도인의 특질과 잘 맞는 부분 등을 설명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크리켓 경기규칙 소개도 잊지 않습니다. 다른 영상에서도 그는 이처럼 포괄적이고 다층적으로 주제를 풀어냅니다.
그의 다른 강점은 미국·유럽뿐 아니라 중동·중남미 지역에 대한 관심과 해박한 지식입니다. ‘이슬람의 폭발적인 팽창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편에서는 이슬람이 타 종교를 억압하는 대신 세금을 받는 형태의 통치로 세력을 확장한 과거를, ‘이란 사태로 본, 히잡에 관해 오해하기 쉬운 4가지’에서는 이슬람 혁명 전인 1930년대 팔레비 왕조 시절 정부가 히잡을 금지하자 오히려 이란 여성들이 반대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 다른 특징은 솔직함입니다. 잘 모르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거나, ‘내 생각은 이러한데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마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의 주문처럼 자신의 생각을 쓰거나 혹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정성스럽게 전한 댓글들도 자주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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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브런치는 최근 유튜브를 채널을 토대로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습니다. 책에서도 그는 자신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붙여준 ‘교수님’이란 애칭이 마음에 들었던 거나, 혹은 진짜 교수님이어서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책은 좀 아쉽습니다. 350페이지 가까운 책이 사진이나 삽화 거의 없이 빽빽한 글자로 채워져 유튜브보다 훨씬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영상을 이렇게 잘 만드는 교수님이 일부러 그래픽을 넣지 않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출간 일정에 쫓겨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