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고용시장 양극화 초래…한국적 유연안전화가 해법"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신년 인터뷰 ①
“文정부 노동정책 실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시켜"
"비정규직 정규직화·최저임금 1만원·노사관계 불균형 탓"
"실업 줄이고 임금·근로시간 등 유연안전화 모델 구축해야"
  • 등록 2022-01-06 오전 7:30:35

    수정 2022-01-06 오전 7:44:21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학점을 매긴다면 두말할 것 없이 `F`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급격하게 인상하다가 결국 고용 참사가 발생했고, 노사관계에서도 노동계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면서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포기했습니다. 노동시장을 망가뜨리고, 노사간 균형을 잃은 노동정책에 어떻게 후한 점수를 주겠습니까.”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있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시행한 노동정책이 사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켰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노동계 석학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억대 연봉자는 90만명을 넘긴 반면 비정규직은 800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일자리의 임금과 복지 등에서 양극화가 벌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 전 장관은 한국 경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덫에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1만원 등이 고임금 정규직이 속한 내부자와 그 밖에 있는 외부자를 확연하게 갈라 놓았다”며 “이 과정에서 내부자가 속한 노조 권익은 계속해서 강화되고, 비정규직 등 외부자 숫자는 늘어나면서 양극화가 계속 심해진 원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이 모든 게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외면하고 역행한 결과”라며 “노동개혁은 더 이상 세금을 들이는 공공일자리나 지원금으로 만드는 민간 일자리가 아닌 노사관계의 이중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노동계의 사회 안전망 강화와 경영계의 노동유연성 강화가 극단적인 대립을 이루면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지적이다. 그는 “근로자가 실업 상태로 가지 않고 연속적으로 전업할 수 있는 직업훈련·능력개발 정책과 함께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적 유연안전화 모델’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해달라.

△노동시장은 정책으로 완전히 망가뜨리고, 노사관계는 중립적인 위치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특히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을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제로를 선언하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고 무리하게 임금을 인상 시켰다. 노동시장이 무너질 경고는 충분히 있었지만, 이마저도 무시했다. 특히 임기 시작부터 선언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단순하게 접근해선 안 됐다. 역대 정부마다 소위 공공부문의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에 대해선 정규직화를 지속했다. 비정규직이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기존 노동자와의 갈등과 청년층의 반발 등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아직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대선후보들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내 1만원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첫 해에는 호기롭게 16.4%를 올렸고 일부 관변 학자들은 고용에 영향이 없다고까지 얘기했다. 그러나 딱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고용 참사가 확인됐다. 이미 최저임금 한 번 더 10.9% 인상된 이후였다. 정부에선 일자리 충격을 줄이겠다며 임금의 일부를 세금으로 보전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소상공인의 부담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이들이 고용을 줄이다 폐업까지 하면서 피고용인을 가지고 있던 자영업자 수 자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래서 국가 정책을 한다는 사람들이 정부가 시장에 대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발현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친노동 정부를 표방하면서 노사관계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노사관계에 중립적이고 최후의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노사는 원초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대립될 수밖에 없다. 대립되는 이해관계가 서로 협력하고 생산 활동을 하도록 해 경제 활동이 돌아가게끔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특별한 경우엔 정부의 중재도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가 중립적 위치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어떤 정치적 동맹관계처럼 행동했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일반적인 노사관계 이상으로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를 인지하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반 국민 개인의 핸드폰까지 추적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시위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러니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것. 중립적 지위를 정부 스스로가 포기한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노사 간의 문제로 정부가 개입하려고 할 때 누가 정부를 공정한 중재자라고 인정하겠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의 임금, 복지 등의 양극화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결국 우리나라의 노동시장만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덫에 걸리게 만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혁을 외면한 결과다. 노동개혁을 위해선 노동시장만 봐서는 안 된다. 노사관계의 이중구조와 노조의 이중구조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공공부문, 대기업 등의 노조 조직률과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노조 조직률의 극심한 차이 문제다. 이런 구조 상에서는 불평등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시장은 지금보다는 훨씬 유연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일시적으로 탈락하는 근로자에 대해선 사회 안전망으로 받쳐줘야 한다.

-노동유연화와 안전망 강화를 두고 노사 대립이 극심하더라

△현재는 논쟁 구도 자체가 상당히 극단화되어 있어 둘 다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유연 안전화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건 직업훈련과 능력개발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유연하게 집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업 상태에 놓이지 않고 연속적으로 전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실업이 줄어들면 사회 안전망에 활용할 재정 부담이 줄어들 게 된다. 이렇게 기능적으로 유연한 구조가 만들어진 뒤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수량적 유연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유연화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부담을 줄이면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유연안전화를 통해 노동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1949년 출생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서울대 경제학 석사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제21대 노동부 장관 △제11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현) △일자리연대 상임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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