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희경(53) 한국문화정보원 원장의 설명은 거침 없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한 지금, 문화의 디지털 전환이야말로 시대적 요구라는 확신에서다. 지난 2020년 10월 취임 후 줄곧 문화의 디지털 혁신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었던 점도 종합적인 디지털 문화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홍희경 원장은 최근 서울 상암동 집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문화 디지털 전환 전문기관으로서 한국문화정보원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문화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트롤 타워(전담 조직) 역할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문화정보원(이하 문정원)은 인공지능·5G·빅데이터 등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문화 정보 서비스를 국민에게 선보이고 문화 분야의 정보화 사업을 발굴·추진하는 등 문화데이터 활용을 통한 신기술 융합에 앞장서는 문체부 문화정보화 전담기관이다.
尹정부, 문화 분야 첫 디지털 혁신 추진 ‘관련 예산 2배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달 문화 분야 최초로 ‘디지털 혁신 기본계획 2025’을 수립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문화 디지털 및 문화기술 연구개발(R&D) 관련 투자 예산을 현재 5400억원(전체예산 대비 8%)에서 1조1000억원(10% 이상)으로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
문화 분야 첫 디지털 전환의 종합 계획인 만큼 문체부를 설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개별 기관들이 각각 고유 업무에 맞춰 문화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하다 보니 애써 만들어진 문화정보가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었다”며 “중복 사업을 파악하고, 이를 연계·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운영 체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정원의 역할’이라는 말을 여러 번 사용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신념의 표현이다. 문화정보원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디지털 전략과 맞아떨어진 점도 주효했다.
문화 한류에도 디지털 대전환 필수…“K컬처의 경쟁력↑”
홍 원장은 문화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문화의 디지털 대전환은 국민 누구나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지역·계층의 제약 없이 쉽고 편리하게 문화를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대변환의 과정”이라면서 “문화 데이터의 구축과 활용, 유통에서 나아가 민간산업과 협력할 수 있도록 문정원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디지털 전환’ 사례로는 자율주행 기반의 문화전시 해설 도슨트 로봇인 인공지능(AI) 큐레이팅봇 ‘큐아이’와 저작권 걱정 없이 사용 가능한 ‘안심글꼴’ 무료 개방을 비롯해 한옥, 한복, 궁궐 처마, 기와 형상 등 전통문양의 3D 데이터 작업을 예로 들었다.
불과 취임 후 2년하고 7개월여 만에 거둔 성과들이다. 그의 추진력의 8할은 ‘경험’에 있다. MBC 예술단으로 입사한 그는 프로덕션 이벤트 팀장을 거쳐 MBC C&I에서 전략사업팀장·출판팀장·기획팀장·스마트미디어팀 부국장을 역임하는 등 문화 전반을 경험했다. 홍 원장은 “문화예술 관련 사업기획, 제작홍보는 물론 행사기획 등 문화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문화 행정과 정책 역할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민간 및 문화콘텐츠 현장에서 문화의 디지털 전환이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 정신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문정원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는 게 홍 원장의 생각이다.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실행하고, 필요한 예산 확보도 치열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문정원의 대변인이자 홍보대사 역할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