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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가격정책에 중형 철강사 수익성 확보 ‘비상’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을 모두 톤(t)당 3만원 인상했다. 최근 전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발레가 브라질 댐 붕괴 사고로 생산량을 줄이면서 지난해 말 이후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결정이다. 전세계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26일 t당 64.25달러에서 이달 12일 85.25달러로 급등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역시 4월부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을 모두 t당 3만원 인상을 계획 중이다.
열연강판은 고로를 갖추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생산되며, 중형 철강사들은 이들로부터 열연강판을 공급받아 자동차 및 가전제품, 건축자재 등에 사용되는 냉연강판을 생산한다. 특히 포스코는 압도적 생산규모를 바탕으로 중형 철강사들의 열연강판 수요를 대부분 소화하고 있다.
중형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열연강판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이를 통해 생산되는 냉연강판 역시 거의 동일한 수준의 인상을 결정했다”며 “인상된 열연강판을 구입해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중형 철강사들은 롤마진 개선을 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인상폭을 제시한 상황인데, 포스코의 이같은 가격결정으로 사실상 롤마진(열연강판 가격과 냉연강판 가격 차이) 개선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낮아도 너무 낮은 냉연강판 가격…열연강판보다 낮은 기현상 생기기도
철강 유통시장에서는 냉연강판이 열연강판보다 싼 기형적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는 마당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3월 초 열연강판 내수 가격은 t당 73만원이었지만, 냉연강판 내수 가격은 이보다 낮은 68만원에 수준을 기록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냉연강판은 실수요 중심 시장이어서 유통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열연강판 대비 냉연강판은 유통 마진이 크지 않아 최근 인상조치에 따라 일시적으로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같은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냉연강판 가격 자체가 열연강판 대비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형 철강사들은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가 상생 측면에서 나서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열연·냉연강판 등 상·하공정을 모두 갖추고 있어 원재료 인상 및 낮은 롤마진 등을 모두 흡수하고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어 냉연강판 인상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포스코의 가격정책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상생과 시장 기능 회복 측면에서 냉연강판 가격 현실화를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