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시청자 앞에 다시 섰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다. 사전 제작 시스템, 넷플릭스 방영 등으로 내놓는 드라마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화앤담픽쳐스의 작품이다. 이번에는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서 호흡을 맞춘 이응복 PD와 힘을 합쳤다. 전작인 ‘도깨비’의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낸 남혜승 음악감독, 김소연 미술감독이 참여했고, 디지털아이디어(DIGITAL IDEA)는 함께 영화에나 쓰일법한 대규모 CG를 만들어냈다. 영화 ‘아가씨’‘암살’ 등에 참여한 충무로의 대표적 의상감독 조상경도 끌어들여 화면의 완성도도 높였다. 400억 이상의 제작비, 한 시간 시차를 둔 190여 개국 동시 방영 등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미스터 션샤인’은 방송 3회인 14일 동 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인 10%를 돌파하면서 또다시 성공을 거뒀다. 20살 차이가 나는 이병헌(1970년생)과 김태리(1990년생)의 ‘케미’에 대한 의구심도 어느 정도 덜었다. 유연석이 맡은 캐릭터 구동매가 흑룡회 등 일본 제국주의 우익조직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우려도 단체 이름을 바꾼 설정으로 시청자의 비판을 수용했다.
1회 강화도 광성진을 배경으로 한 신미양요나 2회 미국과 캐나다의 전투 신은 기존 멜로 위주의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19세기 말의 미국의 도시를 묘사한 장면은 제작비가 많이 든 할리우드 영화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미스터 션샤인’에는 김 작가의 꿈을 드러내는 장면이 이처럼 적지 않다. ‘미스터 션샤인’을 비단 한 작가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으로 한정하기엔 그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 W페스타 당시 “한국판 ‘왕좌의 게임’을 꿈꾸느냐”는 물음에 김은숙 작가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미소로 답했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김은숙 작가가 ‘미스터 션샤인’ 이후 또 어떤 드라마로 한국 제작 시스템을 성장시킬지 벌써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