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판 '왕좌의 게임' 가능할까?

  • 등록 2018-07-16 오전 6:00:00

    수정 2018-07-16 오전 6:00:00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왕좌의 게임’ 같은 시리즈 드라마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요?” 지난해 이데일리 W페스타에 패널로 나선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숨겨놓은 꿈을 내비쳤다. ‘상속자들’ 등 지난 1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를 해마다 한 편씩 내놓은 김 작가다. 그의 도전은 시즌제 드라마였다. ‘왕좌의 게임’ 시즌을 모두 보면서 제작 시스템이나 관객 취향을 어떻게 접목할지 공부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시청자 앞에 다시 섰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다. 사전 제작 시스템, 넷플릭스 방영 등으로 내놓는 드라마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화앤담픽쳐스의 작품이다. 이번에는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서 호흡을 맞춘 이응복 PD와 힘을 합쳤다. 전작인 ‘도깨비’의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낸 남혜승 음악감독, 김소연 미술감독이 참여했고, 디지털아이디어(DIGITAL IDEA)는 함께 영화에나 쓰일법한 대규모 CG를 만들어냈다. 영화 ‘아가씨’‘암살’ 등에 참여한 충무로의 대표적 의상감독 조상경도 끌어들여 화면의 완성도도 높였다. 400억 이상의 제작비, 한 시간 시차를 둔 190여 개국 동시 방영 등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미스터 션샤인’은 방송 3회인 14일 동 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인 10%를 돌파하면서 또다시 성공을 거뒀다. 20살 차이가 나는 이병헌(1970년생)과 김태리(1990년생)의 ‘케미’에 대한 의구심도 어느 정도 덜었다. 유연석이 맡은 캐릭터 구동매가 흑룡회 등 일본 제국주의 우익조직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우려도 단체 이름을 바꾼 설정으로 시청자의 비판을 수용했다.

김은숙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위정자의 욕망, 역사 속 민초의 삶 등을 녹여내 역사에 집중했다. 달곰한 대사로 멜로에 강하지만 서사에 약하다는 일부 시청자의 비판을 수용한 셈이다. 또 유진 초이와 고애신의 만남도 전형적 멜로 구도의 틀을 벗었다. 둘 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외부의 시선과 억압을 딛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캐릭터여서 ‘미스터 션샤인’이 뻔한 멜로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케 한다.

1회 강화도 광성진을 배경으로 한 신미양요나 2회 미국과 캐나다의 전투 신은 기존 멜로 위주의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19세기 말의 미국의 도시를 묘사한 장면은 제작비가 많이 든 할리우드 영화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김은숙 작가의 꿈은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유진 초이가 미국 금문교를 연상하는 다리 교각을 배경으로 슈트를 입고 걷는 모습과 고애신이 한옥 고택의 계단 아래 한복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교차 편집한 장면이다. 유진 초이와 고애신의 러브 라인을 암시하는 장면이자 해외와 국내 시청자의 눈높이와 감성을 고루 고려한 의도적 장면으로 보인다.

‘미스터 션샤인’에는 김 작가의 꿈을 드러내는 장면이 이처럼 적지 않다. ‘미스터 션샤인’을 비단 한 작가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으로 한정하기엔 그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 W페스타 당시 “한국판 ‘왕좌의 게임’을 꿈꾸느냐”는 물음에 김은숙 작가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미소로 답했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김은숙 작가가 ‘미스터 션샤인’ 이후 또 어떤 드라마로 한국 제작 시스템을 성장시킬지 벌써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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